“신일철주금, 한국법원 판결 확정땐 강제징용 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산케이신문 “강제집행 우려 탓” 보도
日, 중국 등 유사소송 잇따를까 촉각

일본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옛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총 4억 원을 배상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은 18일 이같이 전하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에 나서면 외상매출 채권 등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일철주금 간부는 “거래처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확정판결을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 주식도 약 5% 보유하고 있다.

신일철주금이 배상에 나서더라도 앙금은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 법무담당자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이) 법치국가가 맞나”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이 이미 끝났는데 한국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 간부는 “판결에 결코 납득할 수 없지만 일개 민간기업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푸념했다.

일본에서는 국가 간 협정으로 풀어온 전후처리 원칙이 무너져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 3월 한국인 8명이 신일철주금에 추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다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에 피해 인정을 요구한 징용 피해자가 15만 명을 넘기 때문에 소송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학자 하타 이쿠히코(秦郁彦) 씨는 산케이신문에 “정부가 개인청구권을 포기했던 중국에서도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일청구권협정 합의의사록에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이 해결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며 “정부가 2차례에 걸쳐 국내 징용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실시해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고법이 지난달 30일 징용 피해자 5명의 유족에 대해 1인당 8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정부와 협의해 대처하겠다”며 배상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신일철주금#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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