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强小國]소총서 첨단항공기까지… 방위산업, 창조경제의 견인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대한민국 防産의 역사

1970년대 초 자주국방과 무기 국산화를 슬로건으로 첫 발을 뗀 한국의 방위산업은 40여년만에 화려한 성장신화를 썼다. 세계 정상급의 육해공 주요무기들을 자력으로 생산하는 한편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함정과 고등훈련기, 잠수함이 해외 각국에서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방위산업이 범정부 차원의 수출지원과 민군 기술협력에 힘입어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고용창출 등 국익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초 자주국방과 무기 국산화를 슬로건으로 첫 발을 뗀 한국의 방위산업은 40여년만에 화려한 성장신화를 썼다. 세계 정상급의 육해공 주요무기들을 자력으로 생산하는 한편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함정과 고등훈련기, 잠수함이 해외 각국에서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방위산업이 범정부 차원의 수출지원과 민군 기술협력에 힘입어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고용창출 등 국익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71년 12월 16일 청와대 대접견실. 박정희 대통령은 전시된 M1소총과 60mm박격포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드디어 우리 손으로 병기(兵器)를 만들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병기 긴급개발지시(번개사업)에 따라 한 달여간 밤을 꼬박 새워 소총과 박격포 8종을 제작한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진도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비록 미국제 무기를 베꼈지만 한국이 최초로 만든 이 무기들은 자주국방과 방위산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40여 년 뒤 한국은 전차와 초음속 항공기, 잠수함 등 첨단무기를 제작 수출하는 세계 10위권의 방산 수출국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5월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까지 실전배치함으로써 세계 11번째 독자 헬기모델 보유국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리온 전력화 기념축사에서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동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방산시장을 주도하는 ‘방산 강소국(强小國)’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이 그간 일궈낸 발전상에서도 그 가능성은 입증된다.

소총과 탄약에서 전차와 초음속 항공기까지

한국 방산의 시작은 참으로 미약했다. 1970년대 초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위기에 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무기를 만들어야 힘 있는 나라가 된다”고 강조하며 무기 국산화를 내건 자주국방을 선언했다. 방산 관련 기술과 산업기반이 전무했던 시절 성공 확률이 희박한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관론이 많았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자동소총과 탱크, 대포를 생산해 한국보다 방산분야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군과 산업계, 학계의 모든 인력과 자원이 투입돼 ‘미제무기 복제’로 첫발을 뗀 한국 방산은 1970년대 중반 전력증강 사업인 율곡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꽃을 피웠다. 소총과 탄약은 물론이고 군용지프와 호위함을 제작한 데 이어 1980년대엔 K-1 전차와 한국형 장갑차(K-200), 자주포를 생산했고, 잠수함까지 건조하는 기술력을 갖게 됐다. 아울러 F-5E/F 제공호 전투기와 F-16 전투기, 500MD 헬기 등도 우리 손으로 조립생산함으로써 방위산업의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1990년대 이후엔 미사일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정밀유도무기 개발이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잠수함을 격침하는 각종 어뢰(청상어, 백상어, 홍상어)와 함대함유도탄(해성), 휴대용 지대공유도미사일(신궁) 등을 독자생산했다. 또한 K-9 자주포를 비롯해 K-2전차(흑표)와 K-21 보병장갑차, K-10 탄약운반차 등 K계열의 명품무기는 물론이고 기본훈련기(KT-1)와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경공격기(FA-50)도 잇달아 제작됐다. 최근엔 세계 일류 수준의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무기통제시스템과 모의전투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분야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방산수출 10여 년 만에 10배 급신장

한국의 첫 방산수출은 1975년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판 47만 달러어치의 소총 탄약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방산수출액은 23억5000만 달러(약 2조6290억 원)로 2011년에 이어 연속으로 23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1년 2억 달러를 넘어선 방산수출액은 2006년 2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2008년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2009년 11억6600만 달러, 2010년 11억8800만 달러를 거쳐 2011∼2012년 23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10여 년 만에 10배 이상의 급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수출을 3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하는 한편 2017년엔 7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출 대상국도 2006년 47개국에서 지난해 74개국으로 증가했고, 수출업체 및 품목도 2006년 4개 업체 321개 품목에서 지난해에는 116개 업체 2532개 품목으로 늘었다.

방산수출의 급성장은 다변화 고부가가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전체 방산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탄약과 총포 부품은 지난해 18%까지 줄었다. 그 대신 자주포와 항공기, 함정 등 고성능 무기의 해외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2001년 KT-1 기본훈련기와 K-9 자주포가 인도네시아와 터키에 각각 수출 계약을 체결됐고 2007년엔 K-2 전차의 터키 수출이 성사됐다. 2011년엔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을 체결해 한국은 세계 여섯번째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수출국이 됐다.

같은 해 10월엔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등 잠수함 대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에 1200t급 잠수함을 수출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지난해엔 해양강국인 영국으로부터 3만5000t급 군수지원함 4척까지 수주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올해도 T-50과 FA-50은 물론 기뢰제거함과 초계함 등을 이라크와 필리핀, 인도, 이스라엘 등에 수출하는 협상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방산은 창조경제의 성장엔진

정부가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방위산업을 선택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국내 방위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2008∼2011)간 방위산업의 고용 연평균 증가율은 6.3%로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의 1.1%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과 방위산업의 생산액이 각각 10.0%와 10.7%로 비슷한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방산의 고용창출효과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아울러 고비용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고신뢰도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많은 자원이 투입되므로 국내 고학력 인력을 흡수하기에 매우 적합한 산업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산이야말로 정부의 최우선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산의 군사 관련 기술을 민간분야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미사일의 유도기술을 무인자동차나 무인로봇 개발에 적용하거나 전투용 근력(筋力)증강 로봇기술을 산업현장의 고위험작업 로봇이나 노약자 및 장애인의 신체보조장치 개발에 활용하는 사례 등이 해당된다.

세계 IT산업의 ‘빅뱅(big bang·대폭발)’을 일으킨 인터넷도 미국이 군사통신체계로 개발한 ‘알파넷’을 상용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민군기술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볼수 있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로봇사업팀’을, 미래창조과학부와 ‘선도기술사업팀’을 각각 신설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국방로봇과 미래선도기술은 다양한 민군 기술연계와 협력을 촉진시켜 군 무기체계의 첨단화는 물론이고 방산수출 등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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