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장에서 기동성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기동성의 대표 주자인 군용차량은 최악의 기후와 지형조건에서 아군 병력의 생존성을 극대화하면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강인한 내구성과 기능을 갖춰야 한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생산한 군용차는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하며 끊임없는 성능 개량을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대표적인 군용차량 제작업체인 기아차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총 11만여 대의 다양한 차량을 군에 보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방위사업청과 미래 전장환경과 전력 운용에 적합한 한국형 차세대 군 소형전술차량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2016년까지 소형전술차량을 개발해 2000여 대를 일선 야전부대에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기아차가 개발 중인 차세대 소형전술차량은 국내 최초의 다목적 전술차량으로 전투지휘와 기갑수색정찰은 물론이고 근접정비지원, 포병관측 등 각각의 임무에 최적화된 사양과 성능을 갖추게 된다. 이 차량은 길이 5m, 폭 2.16m, 높이 2m 정도로 제작될 예정이다.
강인한 디자인과 함께 기동성과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차종도 기본형과 장축(長軸)형, 방탄형, 비방탄형 등으로 세분해 사용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방탄형의 경우 일반 승용차 강판보다 5배 이상 두꺼운 고강도 강판이 사용되고, 적의 소총 공격을 받아 펑크가 나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run flat)타이어’가 장착된다. 아울러 5t의 육중한 차체에도 최대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고, 76cm 깊이의 하천을 건널 수 있는 도섭(渡涉)능력을 갖춰 험준한 지형을 돌파할 수 있는 전천후 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영하 32도에서 영상 43도까지 혹한기와 혹서기에도 완벽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내구성은 기본이다. 이 밖에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출력을 낼수 있는 최신형 디젤엔진과 전자제어 자동변속기 및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독립현가장치, 전자파 차폐기능 등 군용차량에 적합한 첨단기술과 특수사양들이 적용될 계획이다.
기아차는 차세대 군 소형전술차량을 미군의 고기동다목적 차량인 험비와 견줄 수 있는 명품으로 만들어 세계 수출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1980년대 미군의 다목적차 개발계획에 따라 개발된 험비는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실전에 배치돼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기아차는 2004년부터 세계 군용차량 시장에도 도전해 현재까지 필리핀과 수단, 인도네시아, 칠레 등 2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07년 필리핀 국방부에 650여대의 군용트럭을 납품하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이 계약은 단일 차종으로 역대 특수차량 수출 물량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고 기아차가 보유한 군용차량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해외시장에 입증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필리핀 국방부는 군수품 현대화 추진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군용트럭 국제 공개입찰에서 현지 생산공장에 대한 실사평가와 정비네트워크 실사 등을 거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아차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기아차는 일부 국가와는 현지 생산을 통한 산업화 지원과 상대국 정부와의 협력 강화로 국가 간 군사 외교적 관계에도 기여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와 브라질 등과 추가 수출상담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지속적인 시장 확대 및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군용차량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군 전투력 향상에 기여해왔다”며 “차세대 소형전술차량 개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기아차가 글로벌 군용차량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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