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8일 10대 그룹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회를 자청했다. 회장단에 직접 발언 기회를 주면서 “평소에 여러 가지 아쉬웠던 부분과 애로사항은 뭐든지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만 하기보다는 투자 여건 마련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투자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간담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 경제가 어렵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줘 기업에 큰 힘이 된다. 투자 고용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창조 경제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어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보탰다. 정몽구 회장도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에 대한 대기업 회장단의 요구 사항도 쏟아졌다. 구본무 회장은 “융·복합 정보기술(IT),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전기차 보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회장은 “72곳의 지역상의 회장들과 면담해보니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의지는 있는데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다. (경제)입법이 너무 많이 쏟아져 기업들이 법의 어디 부분에 자신들이 해당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사회적 보상 시스템이 없어 고용 시장의 수급이 불균형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근 의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줄 세우기 식으로 평가하지 말고 기업별로 자발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성 사장은 “심해저 자원개발과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 강화가 필요하다. 골드러시(gold rush)에서 블루러시(blue rush) 시대가 도래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런 대기업 회장단의 요청에 박 대통령은 일일이 답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너무 많은 입법이 쏟아지고 있는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희망을 갖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돼야지 본의 아니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입법에 독소조항은 없는지 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기업들이 법안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모른다는 말도 맞다”며 “중소기업에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길을 찾아 기업들이 손해를 입거나 혜택을 못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나 국가의 보증확대 등 여러 말을 해줬는데 기업마다 맞춤형으로 해 투자의 걸림돌이 제거될 수 있도록 하라”며 배석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곧바로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입법을) 경기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논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필요 없는 규제는 완화해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손에 잡히는 경제활성화다. 이를 위해 어떻게든 돕는 게 정부의 사명”이라고 약속했다.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원칙적 허용+선별적 금지 방식)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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