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체포된 3명과 함께 신청
“조직원들은 李를 남쪽의 首라 불러… 北 김일성-김정일 수령에 버금 의미”
감청영장 받아 3년간 모임대화 녹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이끈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비밀회합에서 조직원들은 이 의원을 ‘남쪽의 수(首·우두머리)’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29일 “비밀 회합에 참가한 조직원들 사이에서 이 의원은 ‘우리의 수’, ‘남쪽의 수’라고 불렸다”며 “이런 내용이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녹취록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수령(首領)이 김일성 김정일이라면 이 의원은 남한에서 그에 버금가는 위치로 조직원들이 여겼다는 걸 보여준다. 조직에서 이 의원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연 비밀 회합에서 “한 자루 권총 사상으로 정신 무장해 미 제국주의와 정면으로 붙어 통일조국의 새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1’에는 “지원의(원대한) 사상, 3대 각오, 동지획득에 관한 사상, 두 자루의 권총, 이것이 내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산의 전부였다”는 표현이 나온다.
공안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이 의원이 볼셰비키 혁명을 거론하면서 ‘전국적 혁명을 위해 (인명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회합에서 “현 정세는 미 제국주의와 조선 민중의 한판 대결이라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런 내용들이 담긴 최소 3건 이상의 음성과 녹취록을 2010년부터 검찰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수시로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5월의 비밀 회합 이외에 2010년 말부터 최근까지 40여 차례의 회합이 있었으며 서울뿐 아니라 남양주 등 경기 지역에서도 회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은 이날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지검은 곧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현직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정원은 또 전날 체포한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정원은 29일 이 의원의 신체 및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나에 대한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라며 혐의 내용을 부인한 뒤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유사 이래 있어 본 적이 없는 엄청난 탄압 책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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