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盧정부때 RO결성 1년후 방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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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단체 구성 실형 李, 2003년 특사
2005년 가석방 상태에서 방북 허가
복권이후 2007년에도 북한 방문

통합진보당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내란음모’라는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에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뒤 자리를 떠나고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이석기 의원, 이정희 대표, 오병윤 원내대표.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통합진보당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내란음모’라는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에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뒤 자리를 떠나고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이석기 의원, 이정희 대표, 오병윤 원내대표.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3월과 2007년 3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의원은 200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고 2005년 8월에 특별사면 복권됐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이 의원의 방북은 남북 교류협력 등의 명분으로 통일부에서 승인을 받고 이뤄졌다. 그러나 2005년 3월 방북의 경우 가석방 상태에서 이뤄졌다. 가석방은 ‘개전의 뜻이 보인다. 조건부로 임시 석방한다’는 취지인데, 북한의 지령을 받는 남한 내 지하조직으로,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활동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 의원의 방북을 허가한 것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이 북한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내용의 얘기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북 당시 행적에 따라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만든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활동 내용과 북한의 연계 여부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으로 공안 당국은 보고 있다. 당국이 방북 시점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의 첫 방북 시점은 2004년 RO 모임을 결성한 바로 다음 해다.

안보 부처 관계자는 “남북교류협력법상 사면 복권 여부가 방북 승인의 직접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유관 부서 협의 과정에서 ‘승인 부적절’ 회신을 받고도 묵살됐을 개연성과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방북 신청을 받으면 국가정보원과 법무부에 승인 여부를 협의하는데 당시 이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5년 방북자는 8만7028명으로 전년(2만6213명)에 비해 4배 가까이로 폭증했다(관광객 제외).

이 의원의 두 번째 방북은 2007년 3월 이뤄졌다. 당시는 북한이 2006년 7월 이후 중단된 남북장관급회담을 복원해 2007년 2월 평양에서 20차 회담을 여는 등 적극적인 대화 기조로 돌아선 때다. 그해 10월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도 열렸다. 따라서 남북 화해 무드 속에 부실하게 방북 승인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일부 핵심 부서에 있었던 관계자는 “2005∼2007년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의장의 방북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며 “이 의원의 방북 역시 정치적으로 결정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방북자는 금강산·개성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15만8170명에 달했다.

정부 기관 관계자는 “이적 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에 대해 당시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 밀봉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방치했던 게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차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로 국정원 국정조사 등 논란을 빚었던 정치권이 이 의원의 방북 승인 책임을 놓고 또다시 대립할 소지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영일·조숭호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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