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억류 탈북자 10명 지난달말 국내 안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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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공 등 탈출 1년여만에

길게는 1년 넘게 러시아 안전가옥에 억류돼 있던 탈북자들이 지난달 말 한국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소식통은 2일 “모스크바 외곽 안가에 있던 북한 벌목공 등 10명이 순차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지난달 31일까지 입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할린 이르쿠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벌목공과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다가 북한의 가혹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한국행 허락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제공한 안가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러시아는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러 이후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다. 2012년 일부 탈북자가 한국으로 왔으나 이후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들은 사실상 모스크바에서 감금상태로 있었다. 이 때문에 기약 없는 한국행을 기다리다 지친 일부 탈북자는 제3국 탈출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탈북자 한국행 결정은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7월 3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협력을 강조한 직후 이뤄진 조치여서 더욱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라오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북한의 요청으로 강제 북송이 이뤄진 사례와도 대조된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5일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에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탈북자의 한국행이 계속 허용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탈북자 문제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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