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G20정상과 다자외교 데뷔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 5일 러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 참석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유럽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칭송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구촌 별들이 모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부터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출국한다. 세 번째 해외 방문이자, 다자외교로서는 첫 무대다. 미국과 중국 방문에서 발휘한 정상외교 역량을 이번 러시아 G20 회의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중일 3국 정상의 G20 첫 무대

G20 정상회의에는 터줏대감 정상이 많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6개국 정상은 2008년 11월 첫 G20 정상회의 이후 이번 회의까지 총 8차례의 회의에 개근하게 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포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동북아 3국 정상은 이번이 첫 ‘출전’이다. 이 때문에 동북아 3국 정상들의 외교 역량이 비교, 평가될 수 있다. 특히 G20 회의에서는 정상 간 자유로운 토론과 양자, 다자 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진다. 친분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정상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국 정상의 다자외교 실력이 발휘되는 구조다. 이때는 가급적 통역을 쓰지 않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인생 역정 스토리가 알려져 있고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중견 외교관은 “이번 G20 회의 때의 첫인상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멕시코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대부분 박 대통령과 비슷한 2017∼2018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주목되는 ‘여성 리더 파워’

이번 G20 회의에는 박 대통령을 포함해 여성 정상이 4명이다. 호주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물러난 대신에 박 대통령의 새로운 등장으로 여성 정상 수가 유지됐다. 특히 G20 회원국 중 동아시아 지역의 첫 여성 정상인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여성 리더들 간 상견례도 이번 회의의 주요 화젯거리다. 특히 박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에 각별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의 정치시사잡지 ‘폴리티크 앵테르나시오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국제정치 인사로 메르켈 총리를 꼽은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같은 이공계 출신 여성 정치인이고 2000년 독일 방문 시 인연이 돼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 직후 외국 정상 중 메르켈 총리와 가장 먼저 통화했다.

또 다른 두 여성 정상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도 별도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 한일 정상의 껄끄러운 대면

취임 이후 역사왜곡 문제 때문에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주목된다. 그동안 일본은 관례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정상회의 상대국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와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른 역사왜곡 발언 때문에 한일 정상회담을 기약없이 미뤄왔다. 올해 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 간 별도의 회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체회의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면과 대화가 이뤄질 개연성은 높다. 그런 과정에서 껄끄러운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참석해 이례적으로 한국인 또는 한국계 인사가 3명이나 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 개발도상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회의 때 의장국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선도발언’(lead speech)도 하게 된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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