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RO 조직원 PC에 폭탄제조법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압수물서 발견… ‘건강상식’ 폴더 위장
4가지 제조법-약품 혼합비율 등 담겨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지난달 압수수색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자세하고 전문적인 사제폭탄 제조 방법 4가지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김 씨의 자택 컴퓨터에는 각각 △니트로글리세린 △질산셀루로스(질산셀룰로오스) △질산칼륨 △드라이아이스라는 이름의 파일에 사제폭탄을 만드는 방법이 저장돼 있었다.

재료별로 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과 ‘제조방법 설명’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파일에는 니트로글리세린과 함께 증류수 농축질산 중탄산나트륨 소금 황산 등을 얼마만큼씩 어떻게 혼합하면 될지 상세히 쓰여 있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약간의 충격으로도 폭발하는 특성상 액체 상태로 운반하는 게 금지돼 있는 화약 재료다. 다른 재료들도 강한 폭발력 때문에 사제폭탄을 만드는 데 흔히 사용되는 재료다. 김 씨는 ‘질산셀루로스’ 파일 안에 ‘사제폭탄 중 가장 쉽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적어 두기도 했다.

공안당국은 김 씨가 사제폭탄 제조 방법을 저장한 폴더를 위장한 정황도 포착했다. 그는 ‘건강상식’이라는 폴더 안에 폭탄 제조 방법이 담긴 4가지 파일을 담아뒀다. 김 씨는 올해 2월에 마지막으로 ‘건강상식’ 폴더를 열었다. 국정원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석기 통진당 의원은 5월 12일 비밀 회합에서 “심지어는 지난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 공식도 떴다고. 그러니깐 관심 있으면 보이기 시작한다. … 이미 매뉴얼은 떴는데 쟤들은 이미 벌써 그걸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구속)의 스마트폰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를 총 10회 이상 검색한 흔적도 나왔다. 국정원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 씨는 5월 회합에서 “다만 전시 상황이라든지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에서 압수한 이석기 의원의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는 RO와 관련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통진당 당원들이 진입을 막은 30시간 동안 도주했던 이 의원의 지시로 모든 증거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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