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수원구치소로 옮겨지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소리를 질렀다. 이날 오후 8시 23분경 수갑을 찬 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이 의원에게선 그동안의 비교적 담담해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상당히 격앙된 표정으로 호송차에 오르기를 거부하며 “야, 이 도둑놈들아, 국가정보원 내란음모는 조작이다, 이들이 폭력적인 짓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이 의원은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경찰 등 10여 명에 둘러싸이자 몸부림쳤고 간신히 호송차에 태워졌다. 이 의원을 태운 호송차(스타렉스)가 경찰서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일부 취재진과 취재차량이 뒤섞여 도로가 잠시 마비되기도 했다. 정문 앞에 모여 있던 통진당 지지자 등 30여 명은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구치소에 도착한 후 인적사항 확인 등 간단한 입감 절차를 밟은 뒤 입고 있던 양복을 벗고 수의로 갈아입었다. 이 의원은 앞으로 최소 10일간 국정원 서울 본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게 된다.
앞서 이 의원은 4일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국정원에 의해 강제 구인당한 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4일 오후 9시 28분경 수원지법에서 인증신문을 마친 뒤 오후 10시경 유치장에 수감됐다. 경찰은 유치장 가운데 여성 전용 방이 비어 있어 이 의원을 이곳에 격리 구금했다.
이 의원은 별다른 동요 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차분한 상태로 있다가 자정을 넘겨 겨우 잠자리에 들었지만 숙면을 취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의원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3, 4차례 잠에서 깨 물을 마시는 등 밤새 뒤척였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5일 오전 6시경에 일어나 1시간 뒤인 오전 7시에 쌀밥과 황태해장국 등을 담은 5000원짜리 사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절반이 조금 넘는 양만 먹었다.
이 의원은 이어 오전 10시 15분경 유치장을 나와 수원지방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남부서 현관문을 나왔다. 그가 취재진에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며 급히 호송차량인 은색 스타렉스에 태웠다. 그는 전날 구금 당시와 같은 검은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경찰서 유치장에선 수의가 아니라 사복을 입는다.
호송차량은 5분 만인 10시 20분 수원지법 영장실질심사실(411호 법정)로 올라가는 청사 옆 영장실질심사 전용 주차라인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차에서 내려 응원 나온 김선동 통진당 의원과 미소를 나누며 힘껏 악수를 했다. 이어 오른손을 흔들며 청사 주변에서 ‘이석기 석방’ ‘국정원 해체’를 외치던 통진당 당원 100여 명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내란음모 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국정원 직원이 이 의원을 심사장 쪽으로 끌어당기자 오른쪽 팔을 잡은 국정원 직원을 힘껏 뿌리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1시 10분경 시작됐다. 변호인단이 방어권 보장을 위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당초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시작된 것이다. 오상용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 심사는 수원지검 공안부 검사 3명과 법무법인 정평 심재환 대표변호사와 부인인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변호인 7명이 입회한 가운데 3시간 만인 오후 2시 18분경 끝났다. 당초 2시간으로 예상했지만 변호인단과 검찰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고, 이 의원 본인도 적극적으로 소명을 하면서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심사를 마친 뒤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411호 법정에서 내려오자 한 지지자가 “이석기 의원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이 의원은 “승리할 겁니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답했다. 마치 자신을 독재시절이나 식민치하에서 탄압받는 민주화, 독립투사로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 의원은 이날 밤 수원구치소 독방에 입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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