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폐막된 제8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의 높은 실업률과 불균형 성장의 대안으로 ‘창조경제’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G20 정상들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기조로 11개 이슈에 대해 23쪽에 걸친 방대한 정상선언문을 채택해 G20 정상회의의 모멘텀(동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관심 주제인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 일자리 창출 해법으로 박근혜노믹스 제안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둘째 날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주제로 한 2세션 선도발언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토대로 창조경제 구현과 같은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며 박근혜노믹스의 두 핵심 축인 창조경제와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각국이 국가 재정을 더 지출하거나 통화 유동성을 늘리는 등의 거시정책이나 직업훈련 및 직업알선 등 노동정책을 시행했지만 실업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 인식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이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설명하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와 결합돼 전 세계 17억 인이 함께 즐기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창조경제의 좋은 예”라며 “과거 경제가 땅에서 광물자원을 캐내는 것을 원동력으로 했다면 창조경제는 사람의 머리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을 원동력으로 하는 경제”라고 말했다.
또 “경기 규칙을 마련하고 선수들의 경쟁력은 키웠으나 정작 규칙대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불공정한 규칙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들에게 “공정한 시장 경쟁시스템이나 창조경제의 구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범국가적 분석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연구 결과를 회원국들이 포용적 성장정책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원국 간 모범사례를 공유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G20 정상, 출구전략 정책공조 합의
G20 정상선언문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국이 조금씩 양보했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데 공감했지만 선진국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때는 신중하게 조정하며 시장과 명확히 소통하기로 했다. 또 국내 정책을 집행할 때 세계경제 및 금융안정에 기여하도록 파급효과(스필오버·spillover)를 관리하자는 데 새로 합의했다.
각국은 금융위기 예방을 위해 IMF와 지역금융안전망(RFA)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모든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이 2016년 이후의 중기 재정건전화 전략을 마련해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데도 합의했다. 국제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 등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기획재정부는 “정상 선언문에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문구가 반영됐다”며 “정상회의에 제출된 ‘중소기업 금융 현황 보고서’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례로 한국이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G20 정상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정책공조 방향과 회원국의 공약사항을 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행동계획’뿐 아니라 ‘G20 5주년 기념 비전 선언문’도 채택했다. 조 수석은 “G20이 적어도 향후 5년 동안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외국 정상 관심 높아
박 대통령은 첫 번째 다자외교 무대인 이번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 역할을 한 데 이어 G20 정상회의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선진국 출구전략에 대한 정책공조와 지역금융안전망 역할 강화 등 위기대응체제 강화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정책공조 합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브라질, 터키, 인도 등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도 동조했다. 특히 EU와 중국이 크게 동조의 뜻을 밝혔다. 5일 본회의 시작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박 대통령을 직접 찾아와 인사를 나눴고 브라질, 터키 정상과도 대화를 나누는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외국 정상들의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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