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경제협력 만찬 간담회에서 강대국인 미국, 중국에 이어 신흥국인 베트남을 취임 후 3번째 해외순방지로 선택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했다. 여기서 V는 베트남, I는 인도네시아, P는 필리핀을 뜻한다.
박 대통령은 “VIP 3국이 기존의 브릭스에 이어 새로운 신흥국가로 떠오르고 있다”며 “최근 세계의 경제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VIP 경제권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막이 올랐다.
9일 열리는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화력발전소, 석유비축시설 등 3대 핵심 에너지 사업 수주에 어느 정도 진척을 이뤄낼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2030년까지 베트남이 1000MW 이상의 원전 10기를 도입할 계획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2기 사업권 획득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와 일본이 이미 수주를 한 상황에서 예비타당성조사에 본격 착수한 우리나라가 9일 정상선언문에서 어느 정도 원전 수주에 다가갈지가 관심사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박근혜 정부의 ‘세일즈 외교’ 스타일은 일방적으로 이윤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의 마음을 얻는 윈윈 외교”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며 1999년 베트남 최초의 사회적 기업인 코토(KOTO)를 설립해 교육센터를 운영하며 불우 청소년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한 문용철 씨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의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도 약속했다.
9일 공식 일정 첫 행사로 베트남인이 존경하는 호찌민 묘소에 헌화하고 베트남의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에 우리 발전 경험을 지원하는 등 베트남인의 마음을 얻는 행보를 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에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월남전 파병에 대한 마음의 빚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은 월남전을 자신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여기고 있는 만큼 우리가 굳이 과거를 들출 필요는 없으며 미래를 향해 같이 나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하는 것에 대응한다”는 호찌민 전 주석의 좌우명을 인용하며 “양국이 우정과 신뢰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변화와 도전도 능히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한복-아오자이 패션쇼가 끝난 뒤 무대에 깜짝 등장할 때 입은 한복은 대통령 취임식 때 한복을 디자인했던 김영석 디자이너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한복의 아름다운 색과 선, 아오자이의 실루엣과 맵시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듯 한국과 베트남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베트남 여성 중 최고위 관료인 응우옌티조안 국가부주석은 서로에게 족두리와 아오자이를 맞춤 제작해 9일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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