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베트남 정상회담]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품 관세철폐 門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높은 수준 FTA 내년 타결’ 합의

호찌민 묘소 찾은 朴대통령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하노이의 호찌민 전 국가주석 묘소를 찾아 조화에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쓰인 리본을 달고 있다. 하노이=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호찌민 묘소 찾은 朴대통령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하노이의 호찌민 전 국가주석 묘소를 찾아 조화에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쓰인 리본을 달고 있다. 하노이=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9일 하노이에서 국가주석, 당서기장,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 집단지도체제 ‘빅4’를 모두 만났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출범한 베트남의 새 지도부가 사실상 2021년(5년 연임)까지 유지되는 만큼 현 지도부와의 우호적 관계 수립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 2020년 700억 달러 교역 목표 관철

베트남 정부는 당초 협상 과정에서 2020년까지 700억 달러로 교역 목표를 올리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으로선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의 교역에서도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웃도는 상황이라 무역 폭이 늘어날수록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로서는 700억 달러의 교역액 목표를 설정해야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관철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미 베트남이 회원국으로 포함된 아세안과 FTA를 맺고 있지만 다자 간 협정이다 보니 전기·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은 대부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합성수지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 중 베트남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이 2009년에 이미 베트남과 FTA를 체결한 만큼 갈수록 상대적 불이익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FTA가 체결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투자할 때의 애로사항을 푸는 데도 한계가 있다.

다만 한-베트남 FTA가 높은 수준으로 체결되면 국내 농수산물에는 일부 피해가 우려된다. 대표적인 농업수출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은 주력 수출품인 쌀 외에도 이미 국내 시장에 수산물, 열대과일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쌀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다른 농산물의 개방 폭을 크게 요구할 수 있는 만큼 FTA를 체결하면 베트남산 농수산물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해 6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두 차례 협상을 했지만 관세 철폐 범위 등 본격적인 협상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결 시점을 내년으로 못 박은 만큼 향후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9일 응우옌떤중 베트남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하나은행이 호찌민지점 개설을 신청했는데 6년 동안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직후엔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에게 이야기했더니 가능한 한 빨리 설치해 주겠다고 한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 베트남에 각종 지원 선물도

전날 “양국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베트남 원전 수주 의지를 밝혔던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짓고 있는데 그 현장에 베트남 기술자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서 원전을 지을 때 그 인력을 활용하면 베트남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설득에 나섰다.

이날 양국 정부가 맺은 7개의 양해각서(MOU) 중에는 우리 정부가 베트남을 지원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딴번-연짝 도로건설사업’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남부 최대의 산업단지인 ‘연짝 공단’과 호찌민 시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 도로(17.85km)를 건설하는 데 우리 정부가 EDCF 차관 2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한국이 베트남에 지원하는 최초의 민관 협력 사업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운동 성공 경험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경험을 베트남에 전수하기로 했다.

하노이=동정민 기자·문병기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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