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각종 국제행사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돈 쓸 곳은 많고 세수(稅收) 여건도 좋지 않은 만큼,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국제행사나 전시성 국내행사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내년도 국제행사와 경기대회 지원예산도 각 부처의 요구액에서 3분의 1을 깎아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제·국내행사 재정관리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한국이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격과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최근에는 각급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도 대폭 늘어나면서 재정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도 국제행사에 대한 국고 지원 요구액도 총 196건, 6360억 원으로 전년대비 43%나 늘었다. 특히 행사유치가 결정된 뒤에도 총사업비 규모를 계속 부풀려 추가 예산을 요구하는 관행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국고가 10억 원 이상 투입되는 국제행사의 주관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으로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단독으로 유치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이미 유치가 확정된 국제행사는 부대행사의 간소화를 유도하는 등 개최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계획이다.
또 국제행사는 유치 신청 단계부터 사업 타당성과 투자효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등 사전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자체장들이 업적을 쌓기 위해 국제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광주시는 최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했다’는 내용으로 보증서를 조작했다가 관련자가 구속되는 홍역을 치렀다. 이 밖에 이미 10년 이상 국고를 지원해온 행사들은 ‘국제행사 일몰제’를 도입해 추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연내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을 개정해 지원대상 국제대회의 범위를 축소할 계획이다.
한편 현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세 지연으로 세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세외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경기 여건상 무조건 지출을 축소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를 위한 재정투자는 우선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려운 세입 여건에 적절한 경기대응을 해야 하는 정부는 내년도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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