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蔡총장 소문 갖고 감찰하나” “흠결 없으면 사표수리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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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여야대표 3자회담]성과없이 끝난 90분 대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왼쪽),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회동한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지만 모든 현안에 대해 평행선만 달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왼쪽),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회동한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지만 모든 현안에 대해 평행선만 달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3자 회동은 예상보다 30분을 넘긴 1시간 반 동안 진행됐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회담 직후 “각자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자리였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이었다” “쳇바퀴 (도는) 식의 대답만 나왔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에 대해 김 대표는 “신문에 났다 해도 소문 정도의 내용에 고위 공직자를 사찰하고 초유의 사찰과 감찰, 뒷조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또 “‘당연히 해야 할 일 한 것’이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전문가 검찰 집단이 이렇게 술렁이고 반박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공직기강과 사정에 관한 문제로 검찰의 수장에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방치할 수 있느냐”며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채 총장이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의혹을 밝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마당에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법적 근거가 있고 잘한 것”이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를 지지했다. 또 “총장이 의혹을 해명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안 한 점이 안타깝다”며 “총장은 사표를 낼 것이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게 도리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흠결이 없는 것으로 판결되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삼성 떡값 뇌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본인이 나서서 감찰을 요구하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섰다”며 “그렇게 해서 감찰본부가 발족됐고 수수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채 총장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국정원 개혁 공방
金대표 “국정원 대선개입 대통령 사과해야”
朴대통령 “수사중인 사건에 사과할수는 없어”


박 대통령은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확실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이 민간이나 기관에 출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개혁 방안의 일부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다만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은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과 외국의 예를 참고할 때 옳지 않다”며 “국정원이 대공방첩을 위해 (국내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옳고 수사권 역시 그런 국정원의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3년과 2006년 한나라당 국정원 개혁추진단이 만든 개혁안과 지금의 민주당 안이 유사하다”며 “국정원 수사권의 검찰과 경찰 이관, 국회의 국정원 통제 등 당시 한나라당의 국정원 개정안과 민주당 안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민주당 집권 시절 민주당 역시 국정원 국내파트를 없애지 않았고, 국정원의 수사권을 존치시켰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가 국정원 개혁 의지를 재차 묻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 의지가 확고하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국정원 개혁 절차에 대해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 특위를 국회에 만들어 결론을 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주장했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 이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면 여야가 논의해서 했으면 좋겠다”며 국회 차원의 개혁안 마련에는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정원에 대해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 관련자 등의 처벌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그동안 (국정원과 경찰 등 사정기관) 인적 청산을 해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처벌보다는 제도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수사한 검사의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김 대표가 “대선 때 김무성 선대본부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인용해서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이미 그 전에 NLL 대화록 상당 부분이 사실 여하를 떠나 국회에서도 이야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인용한 것뿐이지 대화록을 무단 유출해서 그것을 보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NLL 회의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것 아니냐.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복지공약 - 경제민주화
朴대통령 “복지재원 부족하면 증세할수도”
金대표 “MB때 부자감세 원상회복해야”


박 대통령은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되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복지에 충당한다는 것이 확실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이명박 정부 때 ‘부자 감세’를 한 것에 대해 원상회복이 급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없었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맞섰다. 박 대통령은 “법인세 감세는 세계적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 법인세를 낮추는 게 아니라 높이지 않는 게 소신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되 부족할 경우 국민 공감대가 이뤄지면 증세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 공감대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취임 후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처음이다. 황 대표는 “세 부족분을 경제 활성화로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4%가 넘으면 세수 부족은 거의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 “복지부가 지금 작업을 하고 있고 9월에 기초연금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땀 흘린 만큼 보장받고,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지만 특정 계층을 막고 옥죄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무상보육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현재 20%로 돼 있는 국비보조율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안을 만들어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김 대표가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새누리당에서 왜 속도 조절을 내세우나. 83개 민주화법 가운데 17개만 처리된 거 아니냐’고 하자 박 대통령이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김 대표에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또 적절한 해명을 했으니까 야당도 이제 정부와 여당에 선물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김 대표가 ‘민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길진균·최창봉·황승택 기자 leon@donga.com

#박대통령#여야대표#3자회담#황우여#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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