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16일)으로도 탈출구를 찾지 못한 대치 정국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여야는 추석 민심 향배를 예의주시하면서 각자 유리한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 여, 정국 정상화 시도 속 카드 고심
새누리당은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제개편안과 경제 살리기 및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려면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화책을 더 써야 하는 것인지, 계속 압박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면서 “사실 여권에서 이제 더이상 내놓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추석 이후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 등 국회 정상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추석 이후 물밑 접촉을 재개해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다시 접촉을 시도할 예정”이라며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자칫 박 대통령이 ‘일방주의 정치’ ‘불통’ ‘정치력 실종’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 안팎에선 모든 국정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박 대통령이 대화와 협상, 양보의 정치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기국회 파행이 민생법안 표류로 이어질 경우 ‘경제 살리기’라는 박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경제 활성화가 가시화되지 않고 공공기관장 공백의 장기화 등으로 국정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의 기류는 국정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 야, “전면 장외 투쟁? 원내외 병행 투쟁?”
민주당도 투쟁 전략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노숙 투쟁 25일째를 맞은 김 대표는 연휴 기간 의원들과 매일 간담회를 갖고 당내 의견 수렴에 열중했다. 22일에도 당내 선수(選數)별로 의원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 투쟁을 어떻게 할지, 전면적 장외 투쟁을 할지, 아니면 장외 투쟁을 접을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한창이다. 당내에서는 장외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3자회담 이후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장외 투쟁을 언제까지 할 것이며 그 동력을 어디서 이끌어 낼지가 문제다.
일단 김 대표 측은 “대표는 의회주의자”라며 “국회를 버리는 일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과 ‘절연’을 선언하고 원내에서 예산안, 세법개정안 등을 놓고 치열하게 여당과 맞붙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을 활용해 박근혜 정부 7개월의 ‘실패’를 집중 공략하자는 전략인 것이다. 23일에는 의원총회도 열린다.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향후 투쟁 방향과 수위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열쇠는 김 대표가 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당내 강경 목소리가 여전하고 국가정보원 개혁이라는 민주당의 핵심 현안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회군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 추석 민심 썰렁
MBC가 20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집전화와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66.0%로 11일 조사 때에 비해 6.7%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자회담 후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66.7%)이 ‘지속해야 한다’는 답변(23.0%)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한편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관련해선 진상조사를 위해 ‘감찰에 적극 응해야 한다’가 67.6%로 ‘감찰에 응할 필요가 없다’(25.1%)를 크게 앞질렀다. 채 총장 사건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라는 의견(48.0%)이 검찰 흔들기라는 응답(39.2%)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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