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외교관, 해외상사 주재원 등에게 “동반 자녀 중 1명만 현지에 남겨두고 전원 북한으로 귀국시켜라”라는 지시를 4월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들 해외파견자가 가족과 함께 해외 현지에서 도주하거나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녀들을 볼모로 잡아두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정통한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김정은의 이런 지시에 따라 5월 초 전 해외공관과 무역대표부에 “2자녀 이상을 동반한 경우 1명만 현지에 남기고 7∼9월 중 예외 없이 전원 소환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북한 해외공관이나 대표부가 설치되지 않은 도시에 거주하는 해외주재원의 경우는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자녀 모두를 소환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등은 “김정은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자녀를 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것이 정말 김정은의 방침인가. 자녀가 귀국하는 날 눈물바다가 펼쳐질 것이 뻔하다.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놈은 나쁜 놈들”이라고 토로한다고 복수의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무역회사의 한 간부는 “뇌물을 주면서 애들 2명을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무조건 소환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며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소환대상 자녀들 간에 서로 잔류하기 위해 다투는가 하면, 부모들은 북한으로 보내야 할 자녀 선택을 놓고 고심하는 등 가정불화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은 자녀를 해외에 잔류시키기 위해 힘 있는 기관에 뇌물을 주는 등 각종 편법과 불법 행위가 난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해외파견원의 4세 이상 자녀 전원 소환’을 지시했으나, 해당자들의 반발과 내부 혼란 등의 부작용 때문에 지시를 번복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산케이신문도 20일 북한 당국이 외교관 등 외국에 체류하는 근무자의 일부 자녀를 귀국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자녀만 유학하는 경우를 포함해 귀국 대상자는 약 3000명이 넘고 비공식적으로 외화벌이에 종사하는 인물이나 공작기관 관계자도 많아 실제 수는 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중국에 유학 중인 평양 경찰(인민보안원) 간부의 딸(19)이 올해 5월 한국으로 탈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북한은 이후 외국 체류자의 가족 일부를 ‘인질’로 북한에 남겨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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