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정정보도 청구 소장에서 조선일보가 보도한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과 과정에서 악의성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채 총장이 13일 사퇴 표명 이후 칩거한 지 열흘 만에 조선일보에 대해 전면적 대응 자세를 보인 것이다.
○ 혼외 아들 의혹 전면 부인
채 총장은 소장에서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100% 허위라는 표현을 쓴 뒤 여러 근거를 들었다. 일단 의혹의 당사자인 임모 여인에 대해 “혼외 관계는 물론 부적절한 관계도 가진 바 없고, 혼외 자녀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가 혼외자 보도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채 총장의 지인들이 채 총장과 임 씨가 잘 아는 관계라고 말한 점 △해당 아동이 다녔던 학교 교직원이 어떤 기록에서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기재된 것을 보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는 점 △친구들이 해당 아동으로부터 “아빠가 검찰총장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는 점뿐이라고 지적하며 조선일보가 추론의 함정에 빠져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반박했다.
우선 임 씨와 잘 아는 관계라는 점에 대해 부산지검 동부지청 근무 시절 임 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후배들과 방문한 적은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채 총장은 주장했다. 채 총장은 “임 씨와 혼외 자녀를 낳았다면 후배들과 레스토랑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 고위 간부로서 조금만 이상한 소문이 나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아이의 학교 기록에 아버지가 ‘채동욱’이라고 기재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어떤 기록에 어떤 내용이 기재돼 있는지 전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름이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히려 혼외 아들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반박했다. 즉 진짜 혼외 아들이었다면 2009년 당시 고등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아이 엄마가 자신(채 총장)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을 막는 게 상식적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아동이 “아빠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친구들이 들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외 아들이라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아이 친구들의 전언(傳言)만으로 혼외 아들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보도 행태가 비정상적” 주장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가 언론보도의 기본 원칙과 신문윤리강령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보도의 사실 여부는 물론이고 보도 과정에서의 도덕성도 문제 삼은 것이다.
채 총장은 신문윤리강령을 근거로 “언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민감한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조선일보는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혼외 아들 여부를 의혹 수준이 아니라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 △채 총장과 임 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의혹 보도가 선행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확정적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정상적 보도의 순리”라며 “조선일보가 6일자 첫 보도에서는 ‘(혼외)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밝혀졌다’는 등 단정적으로 보도하다가 11일자부터 ‘혼외자 의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는 임 씨가 10일 조선일보에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편지를 보낸 뒤라는 것이다.
채 총장은 또 조선일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임 씨의 편지가 검찰과 사전에 교감을 해서 보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비판함으로써 임 씨 편지와 자신은 무관함을 강조했다. 채 총장은 또 “조선일보는 마치 검찰이 사전에 보도 내용을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협박한 것처럼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측은 “앞으로 법원에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진위 규명이 늦어질 경우 관련 당사자들의 유전자 감정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포함해 관련 법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은 소장에서 조선일보가 탤런트 고 장자연 씨 자살 사건과 관련해 2009년 4월 보도한 칼럼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일보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설이 보도되자 조선일보는 “입증되지 않는 어느 ‘주장’만으로 많은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언론 종사자 스스로 반성하고 더는 그런 추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명백히 규명될 때까지는 실명 보도를 ‘자제’하고 공직자의 경우에도 사생활 문제가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이슈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장자연 씨 사건과 채 총장 의혹을 두고 이율배반적인 보도를 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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