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월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29일 8개월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이에 따라 재·보선은 물론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전체의 역학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손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와 관련해 “저는 지금까지 우리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제 몸을 사리지 않고 던졌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예술인은 예술로 말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저는) 당이 필요로 할 때 몸을 던져 왔다”는 말도 했다. 당 관계자들은 손 전 대표가 2011년 4월 재·보선 당시 당이 요청하는 형식으로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것처럼 이번에도 결심을 할 것인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때인지는 의문이 많다”며 일단 화성갑 출마에 거리를 뒀다. 화성갑에 지역위원장 등 출마 희망자가 있는 만큼 당의 ‘구애’가 없는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먼저 나서기란 쉽지 않다. 다만 당내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설 경우 손 전 대표가 대항마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당장은 출마할 생각이 많지 않지만 당이 요청한다면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성갑은 여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승부수를 걸었다가 고배를 마실 경우 2017년 대선을 목표로 두고 있는 손 전 대표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화성갑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3배가량 앞섰다.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가 손 전 대표에게 출마를 요청할 확률도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의 명운은 내년 지방선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화성갑과 포항남-울릉 단 두 곳에서 치러지는 ‘초미니 선거’에 굳이 거물급을 출전시켜 정치적 의미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이번 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 원로 등과 만나 거취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다음 달 8일에는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정책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독일에서 가다듬은 ‘통합의 정치’에 관한 정책 구상을 발표한다. 손 전 대표는 베를린자유대에서 독일의 복지, 환경, 통일, 노동 정책과 정당 구도를 깊이 있게 공부했고, 독일 총선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화두는 ‘통합’이란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손 전 대표도 귀국 기자회견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 내는 독일의 성숙한 정치를 체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를 할까 고민했다.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통합’ 차원에서 손 전 대표는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간의 가교(架橋) 역할을 맡아 야권 재편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인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는 “손 전 대표는 민주당, 안 의원 등 야권 통합을 위한 행보를 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 과정에서 대선을 향한 손 고문의 생각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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