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2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새누리당은 “사초(史草) 증발이 현실로 확인됐다”며 회의록 공개 정국을 주도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 결과가 알려진 오전 10시부터 관련 논평을 쏟아냈다. 유일호 대변인과 김태흠 홍지만 강은희 원내대변인 등 대변인 4명이 총출동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 폐기’의 만행을 저지른 것은 용서하지 못할 국기 문란 행위”라고 문 의원을 몰아세웠다.
7월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을 찾으려 했던 황진하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회의록 열람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역사적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형 악재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국정감사를 통해 여권을 대대적으로 공세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 했는데, 다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정국이 휩쓸리면서 국정감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허탈해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회의록 논란은 6, 7월 정국에서도 모든 이슈를 한 번에 집어삼켰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갑작스러운 수사 결과 발표는 최근 잇단 국정 난맥 속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회의록 정본을 확인하자고 하는 등 고비마다 회의록 정국을 주도했던 게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문 의원이 적어도 유감 표명을 함으로써 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당직자는 “문 의원이 버티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했다. 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용을 잘 모르니 알아보고 말하겠다”고만 했다. 저녁에 개최된 의원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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