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5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선거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법적으로 선거일에 강제휴무를 해야 하는 업종은 아직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거일에 직원들이 출퇴근 전후 투표할 수 있게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투표권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선거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해 강제로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를 넘어 소비자 권리까지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있다’는 서양 속담을 인용하며 “(법안의) 좋은 취지가 시행 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의뢰해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1년 3개월간 발의된 경제 관련 법안 995개를 분석한 결과 과도한 규제 조항을 담은 법안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은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그룹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경제)입법이 너무 많이 쏟아져 기업들이 법의 어느 부분에 자신들이 해당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 관련 법안 995개 중 ‘규제 강화’ 법안은 463건으로 전체의 46.5%였다. 반면 ‘규제 완화’ 법안은 111건으로 11.1%에 그쳤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은 176건(17.6%), 대·중소기업 문제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90건(9.0%)이었다.
상임위별로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논란이 뜨거웠던 정무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정무위의 경제 관련 법안 201건 중 112건(55.7%)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었다. 이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논란이 있었던 환경노동위원회가 151건(50.6%), 국토교통위원회가 144건(44.7%)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법안이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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