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이 안장돼 있던 북한 무산군 주민 박모 씨(47)가 올 초 ‘브로커’에게 부탁을 받고 유골을 수습한 뒤 북-중 접경지역에서 넘겨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국군포로의 무덤이 파헤쳐진 것을 안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주민 색출에 나섰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박 씨는 유골과 함께 부인 이모 씨(46)와 딸(21)을 데리고 지난달 탈북했다. 이후 유골을 브로커에게 넘기고 자신들의 안전도 부탁하려 했지만 브로커와 연락이 끊어져 기댈 곳이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가족은 현재 북-중 접경지역의 산골에 은신해 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에 적발될 위험이 높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씨 가족은 탈북자지원단체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붙잡히면 북한에 끌려가 정치범수용소로 가게 된다”며 “꼭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해 한국 정부의 기본 방침은 ‘중국 주재 한국 공관까지 북한 주민이 찾아오면 도울 수 있지만 한국 외교관을 은신처로 보내서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국내법에 따르면 ‘비법월경죄’를 저지른 범법자인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해 한국 외교관이 직접 접촉을 시도하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박 씨 가족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탈북자 문제가 잇따르자 8월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강제북송 등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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