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최근 사석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호된 소리를 들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예산 결산 심사가 끝난 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주재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뒤풀이 행사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해 양당 원내지도부 15명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박준우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식사 도중 민주당 정성호 수석부대표가 "예전에는 정무수석이 여야를 넘나들면서 의원들을 만났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웃으며 "정무수석이 의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야당 민원도 잘 챙기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박 수석이 두 사람의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왜 아무 말이 없느냐. 정무수석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핀잔을 놓았다.
분위기 수습을 위해 최 원내대표가 "여야 의원들에게 공약(잘 하겠다는 약속)도 할 겸 박 수석이 건배사를 하라"고 나섰다. 박 수석은 "대통령께서 외교관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잘 해보라고 했는데 스피드를 못낸 것 같다. 아직 두 달밖에 안 됐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변인이 재차 "공약을 하라니까 그런 건배사를 하느냐"고 박 수석을 몰아쳤다. 옆에 있던 정성호 수석부대표는 "김 의원 지적 잘했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저녁 자리도 예정보다 빨리 끝나게 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해프닝이 전해지자 박 수석에 대한 여야의 쌓인 불만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현안을 막후에서 풀기 위해 여야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고 부대끼고 해야 하지만 외교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무수석에 임명된 박 수석이 아직까지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호 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박 수석 취임 두 달이 지났지만 야당 원내수석인 나와도 (따로) 식사는커녕 전화통화 한번 해본 적이 없다"며 "청와대가 결정하면 야당은 따라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이런 정무수석을 임명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 수석이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두고 가던데, 사전 약속도 없이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했다. 여당의 다른 의원은 "복잡하게 얽힌 정치현안을 조율하려면 진정성과 치열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