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한쪽에 놓여 있는 간이침대. 지난달 24일 ‘24시간 비상국회’를 선언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사무실에 간이침대와 침낭 등을 들여놓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당 박혜자 최고위원은 오전 6시 국회 의원회관 지하 1층 샤워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세수도 하지 않은 ‘민낯’ 그대로 동료 남성 의원들과 맞닥뜨렸다.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상대방도 황망해했다. 박 최고위원은 “서로 못 본 것으로 합시다”라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민주당이 지난달 24일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복귀하면서 국회에서 먹고 자는 ‘24시간 비상국회’를 선언한 뒤 국회 의원회관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 방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다수 의원은 간이침대와 침낭을 들여놨다.
의원들은 ‘육사 생도’처럼 움직인다. 의원회관 지하 1층 체력단련실에 있는 샤워실에서 씻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물론이고 저녁까지 주로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국회 관계자는 “구내식당 매출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의원들은 낮에는 상임위 준비를 하다 일몰(日沒) 이후엔 일일상황점검 회의, 심야 의원총회, 상임위별 회의 등에 참석한다. 초선인 이언주 의원은 “편한 옷을 입고 밤마다 모이다 보니 MT 온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정 외엔 개인 활동을 자제한다. 수석대변인인 김관영 의원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지역구(전북 군산) 일정을 한데 몰아 소화하고 상경한다. 김 의원은 “지역을 찾았다 온 날은 하루 600km 이상을 뛰었더라”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선(多選) 의원이나 거물급 의원을 중심으로 이탈 의원이 늘고 있다. 한 의원은 “비상국회니, 장외투쟁이니 모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문제 때문에 빚어진 것인데 정작 회의록 정국을 주도했던 문재인 의원은 전혀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 재선 의원은 “군대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에게 ‘24시간 국회에서 먹고 자면서 국회를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못마땅해했다. 집이 가까운 수도권 의원들의 경우 집에서 잠을 자고 오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한 고참 보좌관은 “8월 1일 장외투쟁 시작 후 휴가 하루 다녀온 적이 없다. 국감 전 이미 체력이 바닥나 버려 손에 일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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