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코앞서 페달 멈추니 속상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 본보-민화협 주최 2013통일문화축제

통일 꿈꾸며 자전거 타고 오토캠핑 1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2013 통일문화축제’가 열렸다. ‘DMZ(비무장지대) 자전거투어’에 참가한 300여 명은 임진각에서 남북출입사무소를 돌아오는 왕복 22km를 달렸다(위쪽). 파주 경기영어마을에서 열린 ‘통일 오토캠핑’에서는 참가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가을 정취를 즐기며 통일 이야기꽃을 피웠다(아래쪽).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통일 꿈꾸며 자전거 타고 오토캠핑 1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2013 통일문화축제’가 열렸다. ‘DMZ(비무장지대) 자전거투어’에 참가한 300여 명은 임진각에서 남북출입사무소를 돌아오는 왕복 22km를 달렸다(위쪽). 파주 경기영어마을에서 열린 ‘통일 오토캠핑’에서는 참가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가을 정취를 즐기며 통일 이야기꽃을 피웠다(아래쪽).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말 이 길 따라 계속 가면 개성이랑 평양까지 갈 수 있어요?”

1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2013 통일문화축제’의 ‘DMZ(비무장지대) 자전거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참가자들은 안내 책자를 보며 자전거 코스의 의미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오늘 우리가 가는 길이 남한에서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신1번국도(경의선 도로)인데 여기서 자전거를 타는 건 우리가 처음이란다.”

오전 10시 300여 명의 바이커가 차례대로 임진강 통문을 빠져나왔다. 총 22km 구간의 시작은 통일대교 남단까지 이어진 비포장길 1km. 왼쪽으로 흐르는 임진강의 푸른 물결은 맑은 가을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했다. 그러나 길과 강 사이를 갈라놓은 철조망은 이곳이 남북 간 삼엄한 대치의 상징인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인근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통일대교를 지나 5분여 동안 더 페달을 밟자 판문점과 남북출입사무소로 갈라지는 군내삼거리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꺾으니 자전거 투어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는 ‘군내 삼거리∼남북출입사무소 구간’(2.5km)이다. 평일에는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편도 2차로 도로를 채웠지만 오늘은 양쪽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경계를 서는 군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파란색 행사 티셔츠를 맞춰 입은 바이커들이 도로를 채우자 잿빛 아스팔트 위에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듯 장관이 만들어졌다.

북쪽을 향해 자전거를 달리는 신기한 경험을 오래 누릴 수는 없었다. 남북출입사무소 앞의 반환점을 돌아 다시 남쪽으로 머리를 돌려야 했다. 아빠와 함께 참가한 김한지 양(11)은 “속상해요. 같은 민족이라면서 왜 더이상 북쪽으로 못가는 거죠?”라고 말해 주위 어른들을 머쓱하게 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전 참가자들은 주말이라 불이 꺼진 대형 전광판을 뒤로한 채 기념촬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민화협의 ‘통일문화축제’는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자전거투어 이외에도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을 위한 행사가 많이 마련됐다.

자전거투어와 같은 시간에 열린 ‘평화염원 걷기대회’에는 600여 명이 참가했다. 도보견학과 도라산전망대 관람(버스이동)을 병행한 A코스(2km)의 참가자들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인 7km 너머의 개성공단과 그 일대를 바라보며 남북 분단의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경기 파주시 경기영어마을에서 2박 3일간 열린 ‘통일오토캠핑’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토캠핑은 올해 처음 신설된 프로그램. 캠핑장에서는 임진강을 건너 북한 땅인 황해남도 개풍군이 건너다 보였다. 참가 가족들은 텐트를 둘러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가을 정취를 즐겼다.

이건원 씨(38) 가족은 이 씨의 아버지(63)부터 14개월 된 딸 예원 양까지 3대가 함께 캠프장을 찾았다. 이 씨는 “가족 모두가 야외에서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북녘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
#통일문화축제#DMZ 자전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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