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안전 우선-비싼 전기’로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원전확대 포기… 국가에너지계획안 마련
2035년 원전비중 22∼29%로 유지… MB정부때 41% 목표의 절반 수준
LNG발전 확대-전기료 인상 불가피

원자력발전소 가동 35년 만에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전면 수정된다. 정부가 2035년까지 장기 에너지 정책을 짜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발전 비중 목표치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한 것은 1978년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원전 비중 축소는 안전성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전기생산 단가가 비싼 화력발전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이므로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도 오르게 된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최상위 국가에너지 계획이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부안을 마련해 공청회 등을 거쳐 12월 최종안을 확정한다.

민관워킹그룹은 우선 2035년 발전설비용량 기준 원전의 비중을 22∼29% 범위에서 정부가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내놨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41%로 높이겠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권고안은 현재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 외에는 앞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 5기와 건설 예정인 6기 등 11기의 원전이 완공되는 2025년 우리나라의 원전 비중은 27.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권고안이 제시한 22∼29%를 맞추기 위해서는 사실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거나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문제는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원전을 대체할 만한 발전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민관워킹그룹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5년 11%까지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1차 에너지기본계획’ 때 제시한 목표가 2030년 11% 달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 시기를 5년 뒤로 미룬 것이다.

결국 줄어든 원전 발전 비중을 당초 목표보다 낮추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규제가 확대되고 있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생산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전기 생산을 늘려야 한다. 이 권고안이 현재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발전용 유연탄에 과세하도록 요구한 것 역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하면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아 다음 정부에 숙제를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원전 비중 목표치를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국민적 비판을 받으며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원전 비중을 다시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가에너지계획안#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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