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에도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의원들은 정부가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결국 증세를 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여러 가지 질의와 지적을 쏟아냈다. 세법 개정안을 통한 중산층 증세와 음식점 자영업자에 대한 세(稅) 부담 인상 방안 등이 줄줄이 역풍을 맞으면서 세율 인상 없는 세수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부는 아니라지만… 의원들은 증세 공론화
이날 국감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복지를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선택을 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기재부를 몰아붙였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증세 없이 하겠다’ 이런 것에 매여선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 정확히 얘기해서 증세를 포함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 등을 다 포함하면 나랏빚이 1000조 원이 넘는다”며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증세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이미 비공식적으로 증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질의했다. 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노력해 본 다음에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지금쯤은 당장은 안 하더라도 앞으로 증세가 필요할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 등을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무회의에서 “부가가치세 인상의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부는 부가세가 2%포인트 오르면 세수가 연간 11조 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가세 인상 등을 포함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지만 의원들은 구체적인 세목(稅目)까지 거론하면서 증세 논의를 이어갔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증세 논의는 법인세보다는 소득세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률은 OECD 34개국 중 5번째로 높은 반면, 소득세 부담(3.5%)은 OECD 평균(8.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부자 감세 철회와 법인세 인상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비과세·감면은 이해당사자의 반발로 인해 정비가 쉽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도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양성화가 상당 부분 진전돼 세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증세는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만큼 꼭 필요하다면 증세보다는 복지 지출의 속도 조절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밋빛’ 성장률 전망 논란
기초연금,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공약 후퇴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16개 주요 사업을 분석한 결과 그중 12개 사업의 예산 증가율이 올해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지역공약에는 3조3000억 원만 배정돼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예산안 발표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장밋빛 성장 전망’ 논란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여야 의원들은 기재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3.9%)가 다른 민간 연구기관 예측치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근거 없는 낙관이 매년 세입결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정부의 성장 전망은 중립적인 수준이며 각종 정책 효과가 달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국회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을 하루빨리 처리해 줘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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