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국 한국 일본’ 대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립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의 이익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엄구호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
“한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위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국제관계연구소·IMEMO 센터장)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러 평화통일포럼’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한-러 협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한국의 전성훈 통일연구원장,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수슬리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 교수 등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 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잇는 철도 연결 등 과거부터 논의돼온 양국의 숙원 사업들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가 해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장은 “남북러 3국의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는 한국과 극동 및 시베리아 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러시아의 생각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러시아에는 중국과 일본처럼 영토 분쟁 소지가 없는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슬리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교수는 “한-러가 좀 더 확대된 상황에서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중국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 중인데 러시아도 이 과정에서 밀려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은 러시아 사회에 한반도의 정세를 알리고 한국의 통일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전성훈 원장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인도적 지원, 교류 증진, 경제공동체 건설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이것이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이바노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데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이 있어 북한 체제를 압박하는 것보다는 평화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을 앞두고 열린 이날 포럼에는 모스크바대 등 주요 7개 대학의 한국학과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과 이타르타스통신 등 러시아 주요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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