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싸움 그만… 경제 살리자” 대통령 대신 총리 나섰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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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무총리는 주로 대형 재난 사건이나 노동계 파업 등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습 차원에서 대국민담화를 해왔다. 정홍원 국무총리(사진)가 28일 발표한 것처럼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경제 살리기 전반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 총리는 26일 오전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대국민담화 의사를 실무진에 밝혔고 주말 내내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내용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대통령 대신 나선 총리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예산결산위원회 때 국정 책임자로 답변하는 국무총리가 국회에 각종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하는 담화를 발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날 담화 내용 중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된 부분은 대통령 대신 낭독한 성격이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4주째 열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서유럽 순방 전 3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7일 검찰총장을 지명할 때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어 28일 총리가 나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한 만큼 더이상 대통령이 할 말이 없다”며 “대통령의 뜻은 이미 다 전달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이 거세지만 정 총리가 언급한 수준 이상으로 진전된 발언을 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총리의 원론적인 발언을 대통령이 했다면 사건을 진정시키는 효과보다 야당에 공세 빌미를 주면서 정쟁에 끌려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담화에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국민 혈세 낭비 사례,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를 확실히 바로잡고 정상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것이므로 지켜봐 달라”고 말해 다양한 개혁 방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총리의 담화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경기회복 흐름이 보이니 도와 달라”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투자촉진법안만 통과돼도 2조3000억 원 규모의 합작공장 착공으로 총 1만4000여 명의 일자리가, 관광진흥법안이 입법화되면 약 2조 원 규모의 호텔건립 투자로 4만7000여 개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치권 공방은 더 격화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정 총리가 적절한 시기에 담화를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각종 민생, 경제활성화 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실망스러운 정국 호도용 ‘물타기’ 담화”라며 “신(新)관권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대선 불복이라고 왜곡하는 세력이 법안 및 예산안에 대한 협력만 요구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발표한 검찰총장 인사와 국정원 댓글 수사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무죄 만들기를 위한 2013년식 긴급조치가 실행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인연이 있는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지명하고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교체한 점 등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20명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수용하고 내각 및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을 허수아비로 보는 것이며 출범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정권에 조직개편을 요구하는 것은 예의 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황승택·권오혁 기자
#정홍원#대국민담화#정치권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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