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화성갑이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블스코어 이상의 압승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 당선자가 얻은 62.6%는 지난해 12월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얻은 55.8%보다 6.8%포인트 많은 수치다. 지난해 4월 총선 때와 비교해도 당시 고희선 새누리당 후보가 얻은 41.8%에 비하면 20.8%포인트가 높다. 낮은 투표율(32.0%)을 감안하더라도 압승으로 여겨질 만하다.
‘박근혜의 힘’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출범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았다는 것.
반면 민주당은 줄기차게 정권심판론을 제기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집권여당 후보로서 ‘화성 발전 10년을 앞당기겠다’며 실천력 있는 큰 여당 일꾼론을 내세운 선거전략이 먹혔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거주하는 봉담-향남읍을 겨냥한 신분당선 연장 공약이 표심을 파고들었다는 관측이 있다. 반면 민주당 오일용 후보가 내세운 ‘낙하산 공천’ 주장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 당선자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바탕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됨에 따라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벌써부터 여당 내에서는 원조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서 당선자의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을 아우를 수 있는 거물급 친박계 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당청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 당선자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6선 의원을 지냈고, 박 대통령과는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공천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 대통령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으며 친박계 핵심 인사로 떠올랐고, 2008년 총선 때는 친박계 인사가 대거 낙천되자 홍사덕 전 의원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결성해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공천헌금 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황우여 대표는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서 후보가 당선돼 (수도권에서) 7선 의원이 되면 그야말로 정치에서는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지 못한 친박계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시에 40∼50명 규모의 세력이 규합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서 당선자가 친박 세력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당내에서는 자연스럽게 내년 차기 당권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한 의원은 “서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당권을 잡고 당을 흔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 강한 분”이라며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고 나이가 많은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권 경쟁은 6개월 먼저 부산 영도 재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무성 의원이 앞서는 양상을 보인다. 일각에선 서 당선자의 공천 당시부터 당내 세력 균형을 위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는 카드였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 김 의원은 최근 근현대사 역사교실 모임을 주도하는 등 차기 당권을 겨냥한 행보를 해왔다. 김 의원은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서 후보와) 잘 아는 사이”라며 “싸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서 당선자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김 의원과 친박계 내부에서 세(勢)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충청권 3선의 이완구 의원 등이 한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물론 서 당선자가 곧바로 당권 의지를 밝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세력 규합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내년 의장직 도전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공천을 놓고도 일부 소장파 의원이 비리 전력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당을 이끌고 갈 리더십이 손상된 상태”라면서 “당권이 힘들다면 의장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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