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前기무사령관 4월 “일부 지휘관 부적절한 행동”
“정치인-연예인들과 자주 술자리” 靑에 주의-경고 등 후속조치 건의
기무사 “보고뒤 음해-견제 쏟아져” 일각선 “박지만씨 동기 겨냥한 탓”
국군 기무사령부가 장경욱 전 사령관(소장·육사 36기) 재임 당시 일부 주요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인하고 주의와 경고를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지난달 군 인사에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문제와 함께 야전 지휘관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청와대에 직보(直報)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기무사는 올 4월 장 전 사령관이 부임한 직후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 주요 지역 야전부대의 전투준비태세와 해당 지휘관들의 관련 동향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였다. 기무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에 맞서 일선 부대 지휘관들의 확고한 대비태세를 체크하는 차원에서 점검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등 일부 야전 지휘관이 전투태세 유지 등 본연의 부대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지인 등을 통해 알게 된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자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군사대비태세를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대통령경호실장 등에게 보고하는 한편 해당 지휘관에 대해 주의나 경고 등 후속 조치를 건의했다”며 “조사 결과는 지휘계통을 통해 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육사 37기 인사들이 보고서에 거명된 것이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교체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박지만 씨)과 육사 동기인 37기 출신 일부 지휘관의 불합리한 행태를 들춰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들이 청와대에 보고된 이후 군내에선 장 전 사령관에 대한 갖은 음해와 견제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관계자는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된 것은 김 장관의 인사 전횡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행태까지 청와대에 보고한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경기 과천 국군기무사령부 민원실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기무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경질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장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가 공정했느냐”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의에 이재수 기무사령관(중장·육사 37기)은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김관진 장관이 장 전 사령관을 승진시키지 않은 이유가 청와대 직보 때문인가”라고 묻자 이 사령관은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만사제통’(萬事弟通·모든 일은 동생으로 통한다), ‘누나회’(이 사령관의 육사 동기인 박지만 씨의 ‘누나’가 박 대통령임을 빗댄 것)란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김현 의원의 질의에 이 사령관은 “못 들어봤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김관진 장관과 야당 의원들이 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설전을 거듭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김 장관이 전날인 4일 “(사이버사의) 심리전은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도 하지만 대내 심리전도 포함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군의 정치 개입을 옹호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대남 선전선동을 막기 위해 정당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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