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로 존폐 위기에 몰린 통합진보당은 6일 규탄결의대회와 장외투쟁을 잇따라 벌이며 정부 여당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였다.
○ 삭발에 단식까지…
통진당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의원은 오전 11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삭발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소속 의원 6명 가운데 구속 수감돼 있는 이석기 의원만 제외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통진당 해산 청구는 국가정보원과 군까지 동원한 총체적 부정선거를 뒤엎으려는 치졸한 사기극”이라며 “지난해 대선에서 (대선후보였던) 이정희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임을 전 국민 앞에서 폭로한 데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저열한 복수극”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간 이 대표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국진보연대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유신 부활을 기도하며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진당은 이날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정부 비판 유인물을 배포했다. 저녁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촛불집회를 벌였다.
통진당의 종북주의를 비판해 온 진보 진영 인사들도 정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를 비판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통진당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많이 지적해 왔지만 강령 등이 정당해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도 라디오에 나와 “비례대표 부정선거, 최루탄 투척 등이 정당해산 사유가 된다면 ‘차떼기’(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한 새누리당은 10번 이상 해산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내년 7월 재·보선 최대 규모 될 수도
헌법재판소법은 정당해산 심판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만큼 180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직전인 5월 초 결론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북 논란이 지방선거 화두가 될 수 있다”며 “(정당해산 심판 청구 결정이 나온) 국무회의 상정과 처리 과정이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헌법재판소법 규정(180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종북세력 척결과 사회 안정을 위해 규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내란음모 혐의)이 마무리된 뒤 헌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해산 결정을 받아 ‘종북세력 진입 조력 민주당 책임론’을 이슈화하려는 새누리당과 선거 이후 결정을 원하는 민주당의 이해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정당해산이 결정될 경우 소속 의원의 신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 4명도 자격을 상실해 이들 의원의 지역구가 재·보선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 등에서는 나온다. 10월 말 현재 지역구 의원으로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각각 1명과 9명. 민주당 한 의원은 “진행 중인 사건(10건)이 모두 당선무효가 확정되고 통진당 지역구 의원 지역(4곳)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현역 의원의 지역구까지 포함될 경우 7·30 재·보선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재·보선은 2002년 8·8 재·보선 때의 13곳이었다.
정부가 함께 신청한 가처분 소송 결과도 주목된다. 가처분은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빨리 결정 날 개연성이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정당으로서의 활동이 정지되기 때문에 통진당은 의원총회도 열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가처분 대상에 11월 15일 수령 예정인 정부보조금 수령 행위도 포함시켰다.
○ 북, “야당 해산 위한 모략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2의 유신독재의 칼부림’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통진당 등 야당과 범민련 남측본부 등 합법적 단체들에게 ‘종북세력’ 감투를 씌워 탄압하거나 강제해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진당과의 직접적 관련성은 부정하면서도 남한 내 종북세력의 약화를 막기 위해 유신독재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다는 식으로 포장해 우회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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