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송환한 자진 입북자들은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북한을 동경해 밀입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황모 씨(55)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로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나머지 3명은 추가 수사 후 기소할 방침이다.
황 씨는 지난해 1월 지방 농협중앙회 부지점장으로 퇴직할 당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이혼하면서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한 데다 주택담보대출까지 겹쳐 빚이 1억5000만 원에 달했다. 재혼한 아내와 가정불화까지 심했다. 이미 2009년부터 인터넷으로 북한 가요와 조선중앙방송을 접해온 황 씨에게 북한은 현실의 어려움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됐다.
황 씨는 입북 방법을 알아보려 지난해 3월 중국에 갔다. 그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A 씨를 만나 “5만 달러만 있으면 북한에서 20년은 먹고산다”는 말을 듣고 입북을 결심했다. 황 씨는 북한에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그해 5월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뒤 “천안함 사건의 책임은 (이)명박에게 있다” “조선의 별이신 김일성 장군님”과 같은 글을 올렸다.
두 달 뒤 북한으로 잠입한 황 씨는 대남공작원 활동을 제의받기도 했다. 그는 북한 지도원으로부터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아요” “민주당 문재인, 박영선(국회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박원순(서울시장)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까” “정동영(민주당 상임고문)은 실세가 될 것 같습니까” 등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북측은 황 씨에게 “능력이 대단하다. 우리하고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이를 거절한 황 씨는 결국 송환되는 신세가 됐다.
장모 씨(42)는 외국계 통신회사에서 일하며 2008년 중국으로 파견 나갔을 때 북한 관련 웹사이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009년과 2011년 각각 종북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와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중 전 재산을 투자한 사업체가 망하자 ‘북한에서는 내 통신 관련 기술이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북했다.
김모 씨(43)는 2009년 요가원 사업 실패로 막대한 빚을 지고 노숙 생활을 했다. 그는 사업이 망한 건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한국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글을 100여 건 올렸다. 김 씨는 노동신문을 보고 ‘북한이 나를 호의적으로 받아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2011년 1월 밀입북했다.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에서 군 복무를 했던 김 씨는 북측에 헌병대의 역할과 위치를 자세히 알려줬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은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들을 송환한 건 별다른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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