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의 ‘부하’인 기무사령관이 김 장관의 인사 행태를 비판하며 이를 군 통수권자에게 ‘직보(直報)’한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과 설(說)이 난무한다. 더욱이 지난달 군 장성인사에서 장 전 사령관이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고 후임에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이 기용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 뜨겁다.
장 전 사령관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 규정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고유 직무”라며 “역대 사령관들도 그렇게 (청와대 보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4월 단행된 군 장성 인사에서 김 장관이 측근들을 잇달아 진급시키는 등 부적절한 인사로 군 내 불만과 비판이 팽배하다는 게 보고서 요지라고 그는 주장했다. 장 전 사령관은 “군 단결과 사기를 저해하고, 군 통수권자에게도 누를 끼치는 인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게 (기무사령관으로서) 못할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국방부는 그의 행위를 ‘월권’으로 간주한다.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기무사령관이 장관의 인사문제를 거론하며 청와대에 직보한 것은 군 기강을 해치는 ‘일탈 행위’라는 얘기다. 기무사 본연의 임무는 군사 및 방산보안, 방첩수사, 간첩 색출이지 군 내부 동향 수집과 윗선 보고는 근절해야 할 ‘폐습’이라는 주장이다. 기무사령관이 교체된 직후 김 장관이 음성적 동향보고 철폐 등 고강도 개혁을 기무사에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국방부는 설명한다.
군 안팎에선 “터질 게 터졌다”
군 내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여론이 많다. 그간 김 장관의 ‘자기 사람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 장관 취임 이후 진급을 거듭한 A 소장을 비롯해 두 차례나 임기제 진급을 한 B 중장 등은 김 장관의 대표 측근이다. 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의 ‘정치 댓글’ 사건으로 주목받은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육사 38기)도 수혜자로 꼽힌다. 김 장관과 마찬가지로 독일 육사 출신인 그는 2011년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지난해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했다.
장 전 사령관은 김 장관이 청와대 보고서를 빌미로 자신과 부하들의 목을 친 것으로 본다. “내가 어떤 죄를 졌는지도 모르고, 그 죄에 대해 통보받은 바도 없다” “기무사령관을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인격 모독적”이라는 발언에서 그의 심경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각에선 ‘육사 37기 인사들이 보고서에 거명된 점이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가 김 장관의 인사문제와 함께, 지만 씨의 37기 육사 동기 출신인 일부 야전 지휘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들춰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는 것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두 사안이 청와대에 보고된 이후 군 안팎에서 장 전 사령관에 대한 갖은 압박과 견제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장 전 사령관은 업무 지향적이고 직선적 성격의 원칙주의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국방부는 4월 그를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하고 개혁성과 추진력을 갖춘 우수한 군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개월 뒤 열린 국방부와 합참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은 “능력이나 자질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전 사령관은 인터뷰 내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국민적 호감과 지지를 받아온 ‘김관진 리더십’에 큰 흠집을 남겼다. 아울러 그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결론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군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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