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차지철 처럼…” vs 경호실 “강 의원이 순경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18시 44분


코멘트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요원이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물리적충돌을 빚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청와대 경호실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에 휘말린 인물은 경호실 직원이 아닌 청와대 파견 경찰이라고 밝혔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충돌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벌어졌다. 오전 10시 40분경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민주당 주최 박 대통령 시정 연설 규탄집회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이던 강기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경호를 위해 본관 앞에 세워져 있던 버스 3대를 발견하고 집회에 방해가 된다며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경호 요원들은 "다른 차들이 먼저 나가고 뺄테니 기다려달라. 지금은 못 뺀다"고 맞서면서 승강이가 시작됐다.

이후 몸싸움과 관련해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강기정 의원은 버스 출입문을 발로 '톡' 차며 "대통령 연설이 끝났으면 차를 빼야지 왜 주차해 뒀느냐"고 항의하자 버스에 있던 경호 요원들이 밖으로 나와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 당기고 팔을 꺾었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의원은 약 4분간 양팔이 꺾이고 목이 젖혀진 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장면을 본 노영민·정성호·홍종학 의원 등은 "왜 국회의원의 뒷덜미를 잡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호요원 한 명은 입술이 터져 피를 흘렸다.

강기정 의원은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번 양보해도 2명 이상의 경호원이 목을 젖히고 팔을 꺾는 행위를 3분 이상 계속한다는 것은 폭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의원이니 손을 놓으라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마치 차지철 전 경호실장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의원은 또 "(내 뒤통수에 맞아) 경호원의 입술에 피가 났다고 하는데 저는 경호원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경호원의 옷기 하나 스치지 못했다"며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청와대 경호실은 "강 의원과 시비가 붙어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이는 대통령경호실 직원이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 제22경찰 경호대 소속 현모 순경"이라며 강기정 의원과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제22경찰경호대는 서울경찰청 직할대이지만 대통령 외부 행사 경호·경비를 위해 대통령 경호실에서 파견 근무하며 경호실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경호실에 따르면, 차량 운전담당인 현 순경은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 뒤 버스를 이동시키기 위해 차 안에서 대기 중이었다가 강 의원이 "야! 이 XX들 너희들이 뭔데 여기다 차를 대놓는 거야. 차 안 빼!"라며 정차된 차량을 향해 발길질을 하자 차 안에서 나와 강 의원의 상의 뒤편을 잡고 "누구시길래 차량을 발로 차고 가십니까"라고 물으면서 항의했다고 한다.

경호실 측은 "당시 현 순경은 민주당 강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아 의원 신분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누가 함부로 국회의원을 잡고 그래? 안 놔?" 등의 발언을 하며 따졌고, 강기정 의원은 자신의 머리 뒤편으로 현 순경의 얼굴을 가격, 현 순경의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는 게 경호실 측의 설명이다. 경호실은 "현재 현 순경은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입술 봉합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강 의원의 폭력 행사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순경은 입술 안 쪽을 10바늘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충돌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등 야권은 청와대 경호실의 책임과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경호지원 부대원"이라며 강 의원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중 '근혜산성'이 국회본청 현관 앞에 쌓였다"면서 "청와대 경호실 버스들이 의원주차장을 가로 막고 산성을 쌓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 경호실은 그 정권의 민주주의의 얼굴"이라며 "차지철 경호실장의 전횡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해가 일어났다고도 한다"고도 말했다. 박 의원은 경호실장의 해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우원식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문 앞에 버스가 가로막은 것은 국민과 대통령, 국회와 대통령 사이의 꽉 막힌 벽"이라고 비판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집권여당의 협박성 발언이 여전히 귀에 맴돌고 있는데 결국 강 의원이 첫 번째 대가를 치렀다"고 거들었다.

이지안 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청와대가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청와대 경호실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특권의식에서 아직도 많이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상대방의 입술이 찢어지고 다치고, 어떻게 보면 그 본인만 알 수 있겠지만 폭력을 마구 휘두르고도 적반하장식으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강 의원은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동료의원과 주먹으로 치고받는 적나라한 폭행 영상이 언론에 포착된 바 있다. 또 당시 화를 참지 못하고 곁에서 자신을 막는 국회 경위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하고 애꿎은 분풀이를 하기도 해 전 국민의 비난을 받은 폭력 전력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정말 국회의원의 폭력은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면서 "강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의 품행이라기에는 참으로 낯부끄러운 광경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