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을 ‘소설 쓰기’라고 했던 소설가 이외수 씨가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을 하고 그 내용을 방송사가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방영하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씨는 16일 2함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2함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부대로, 특히 폭침됐던 천안함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이 씨는 트위터를 통해 2함대에서의 강연 사실을 공개하면서 “수병들과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 서평택 휴게소에서 돈가스를 먹었는데 주인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다”고 썼다. 함정에서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게재했다.
해군과 MBC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홈페이지에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잔해가 전시돼 있는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을 ‘소설’이라 했던 이외수 초청 강연이 있었다”며 “황당하고 당혹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부대 관계자의 문책, MBC의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이 씨가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0년 5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 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30년 넘게 소설을 써서 밥 먹고 살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졌다”란 글을 남긴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정부와 국제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 씨는 올 9월 천안함 폭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 중단됐을 때도 “대한민국 다양성 영화 1위는 천안함 프로젝트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등의 글을 올렸었다.
하 의원의 비판에 이 씨는 트위터에 “군대 안 가려고 국적 포기한 고위층 자녀들보다 황당하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병역은 필(畢)했습니다”란 글을 띄워 반박에 나섰다. 또 “저는 북한군이 그토록 신출귀몰하는 초과학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 못 했을 뿐입니다. (하태경) 의원님은 북한을 그토록 위대한 능력을 가진 집단으로 보십니까”라며 천안함 폭침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글을 추가했다. 이에 하 의원은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 것을 소설로 생각하십니까”라고 재반박했다.
이 씨의 강연은 국방부가 격오지 부대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한 토크콘서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MBC 진짜 사나이팀이 천안함편을 촬영한다는 계획을 듣고 MBC 측과 협의해 함께 기획했다는 것. 국방부 관계자는 “강사는 MBC 측에서 섭외했다. 군 복무 잘하는 게 행복한 삶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한다기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씨의 천안함 발언은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MBC 홍보팀은 20일 “방송 방향과 편집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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