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봇(bot)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대선과 정치 관련 글을 트위터에 121만228건 트윗·리트윗한 것으로 확인됐다. ‘봇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수십 개의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일정 시간을 주기로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글을 퍼 나르는 시스템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은 21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2만6550건의 원문을 봇 프로그램을 통해 121만228건으로 확대 재생산했다”고 밝혔다. 글 1개당 평균 약 46차례씩 전송됐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직원들이 봇 계정을 특정 언론사 홈페이지나 보수 논객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연결해 놓고, 여기서 30분∼1시간마다 새 글이 여러 트위터 계정으로 전송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건수 위주로 실적을 (상부에) 보고하다 보니 봇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이 관련된 2만6550건의 원문 가운데 선거 관련은 1만3292건, 정치 관련은 1만3258건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생성된 트위터 121만228건 전체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에서는 전파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퍼 나른 것도 위법한 행동이다. 선거법에 위반되는 유인물 3개를 1만 부 배포했으면 1만 부 모두 위법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2만6550건의 원문 중 국정원 직원이 실제로 작성한 건 상당히 적다”면서도 “퍼 나른 행위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누가 작성했느냐는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공소장을 변경한 트위터 5만5689건 중 2만7000여 건은 공소사실 및 증거목록에서 20일 철회됐다. 국정원 직원이나 외부 조력자가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공소 철회한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 추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121만228건에 이전 변경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빅데이터 분석 전문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최근 2년간 트위터 글 2000만 건을 확보했지만 분석할 시간이 부족해 지난달 일부에 대해서만 먼저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보완 수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이 생성한 대선·정치 관련 트위터 글 전체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미국 트위터 본사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계정 수 등의 자료가 오면 공소 유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포털 사이트에 단 댓글도 추가로 발견했다. 선거 관련 글은 기존 73개에서 114개로, 정치 관련 글은 1977개에서 2125개로 늘었다.
국정원은 검찰의 공소장 추가 변경 내용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검찰이 (지난달 1차 공소장 변경 당시) 정치관여·선거개입 증거라고 주장했던 5만5689건 중 국정원 직원이나 외부 조력자가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2만7000여 건을 철회했고 이 중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글 1만5000여 건도 포함돼 있다”며 “검찰 수사가 부실하고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소장 변경 신청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2일 공소장 변경에 대한 의견 청취를 하고 이르면 다음 주에 변경 신청을 허락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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