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제보자 “RO가 민노당 선거출마자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이석기 6차 공판서 법정증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6차 공판에서 국가정보원에 혁명조직(RO)을 제보한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 동기와 RO 실체에 대해 증언했다. 이 씨는 2010년 5월 국가정보원에 RO를 신고한 이후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RO 녹음파일 47개를 제공한 인물로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21일 공판에서 이 씨는 “2009년 10월 경기 수원장안 국회의원 재선거 때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사를 점거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실행 10분 전에 취소되는 것을 보고 ‘조직이 나를 시험하고 있다’고 판단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며 “다음 해 3월 터진 천안함 사태가 북의 소행이 분명한데도 RO가 맹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을 보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RO의 실체를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학생운동과 청년운동, 민주노동당 생활을 하다 2003년 처음 RO에 가입했으며 2004년 말 정식 조직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입 당시 ‘우리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 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등의 조직강령을 듣고 ‘수(首·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RO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조직”이라며 “조직원의 역할과 임무는 조직의 승인사항이고 조직의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노당 위원장이던 2008년 술 마시고 택시 운전사와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주 명령이 떨어져 2년 6개월간 술을 끊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민노당에서 활동할 당시 RO의 지시에 따라 당 지역위원장 선거와 총선에 출마했다고 했으며 수원시의원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 활동가들이 정한 사람 대신 RO가 다른 사람을 지정해 내려보냈다고 했다. 또 수원시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을 맡거나 쌍용차 파업 사태와 광우병 사태에 참가한 것도 모두 조직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수원시 산하 한 공공기관장을 맡은 경위에 대해서도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과 민노당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이면합의를 통해서였으며 이후 이면합의서는 파기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날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석기 의원이 RO의 총책이라는 것은 가입 9년 만인 올해 5월 모임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올 1월 세포모임과 회합 등에서 상부지휘성원인 홍순석 씨가 이 의원 얘기 많이 하는 것을 들어서 ‘일반 대표가 아니구나’라고 감을 잡았고, 5월 경기 광주 곤지암과 서울 마포구 모임에서 ‘바람처럼 모이고 흩어져라’ 등을 얘기할 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RO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남한 내 지하혁명조직이며 북한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RO가 정식 명칭이냐는 질문에는 통칭 그렇게 하지만 산악회 또는 그냥 ‘O’라고만 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RO 조직원은 모두 조직명을 갖고 있고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조직명도 ‘남철민’으로 철의 규율로 민중에 복무하라는 의미라며 이는 북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세포원끼리 확인할 때 암구호를 사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2006년 8월 홍순석 피고인이 자신의 상부 지휘성원이 되고 수원 화서역에서 접선할 때 홍 씨가 ‘지역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자신은 ‘중앙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식으로 서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RO 조직원은 마포구 모임 인원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임 때 중앙이나 자신이 아는 다른 조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걸 볼 때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RO 조직원 대부분은 통진당에 가입했고, 통진당 핵심 직책인 사무부총장이 RO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인 이 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은 22일과 25일 진행된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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