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2일 작가 이외수 씨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천안함 논쟁'과 관련, "천안함 문제는 어느 쪽의 시나리오로 설명하든 커다란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라며 "그 어느 쪽의 이론도 사태를 남김없이 깔끔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당연히 이론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야 한다"며 끼어들었다.
진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건과 관련해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작가의 집을 방문해 만난 사실을 상기했다. 그는 "이외수 형님이 군대에서 강연해서는 안 될 반국가분자라면 박근혜 후보는 왜 대선 때 그분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는지…"라며 "(박 대통령도) 친노종북 아냐?"라고 눙쳤다.
이어 "그 어떤 사건이든지, 그 의혹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식을 취했다면, 그 의혹의 제기는 허용돼야 한다"며 "정부의 발표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못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겠나? 정부에 대한 신뢰는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이 작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하 의원에 대한 인물평도 곁들였다. 그는 "하태경 의원은 주사파였다"며 "극좌에서 전향한 사람들은 '극'은 놔둔 채 '좌'를 반성한다. 그래서 '우'로 가도 '극우'의 성향을 띤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신들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의 강연이라고 방송을 들어내겠다는 극단성에서 유신시절의 광기를 본다"며 '이외수 강연분 방송중지', '해당 부대 관계자 문책' 등을 요구한 하 의원을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번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인 '천안함 폭침'과 '천안함 좌초' 중 어느 쪽도 명확하지 않다며 단정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문헌을 통해 양측의 견해를 모두 비교·검토해봤다는 그는 "제 결론은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6:4 정도로 폭침에 가깝다는 것이었는데, 보수인사로 유명한 어떤 분은 저와는 반대로 6:4 정도로 좌초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씀하시더라"며 "이게 이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쪽의 견해를 절대적 진리로 끌어올려 놓고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아예 없애버리려 드는 원시적 폭력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비정상적인 것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북한의 간첩 내지 반국가분자로 몰아가거나, 아니면 그 반대편에서 '폭침'을 주장한다고 수구세력의 끄나풀이자 반통일분자로 몰아서 그 존재를 말살하려 드는 사람들"이라며 "민주적 방식은 상대의 '의견'을 반박하는 것이다. 상대의 '존재'를 절멸하려 드는 것은 히틀러나 스탈린의 방식, 혹은 박정희나 김일성의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MBC는 이날 "논란이 됐던 이외수 작가의 해군 2함대 강연 영상을 '통편집'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작가는 16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했다. 이곳은 천안함 잔해가 전시된 곳이다. 이 작가의 강연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 의원이 이 작가가 정부의 천안함 폭침 발표를 '소설'에 비유한 것 등을 문제삼으며 그의 강연이 방송에 나가선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빚어졌다.
두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설전을 이어갔고 정치권도 가세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결국 MBC는 이 작가 출연분을 통째로 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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