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국정원에 RO(혁명조직)를 제보한 이모 씨를 상대로 RO의 실체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이 씨는 RO는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2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의원 측 변호인단은 이 씨가 대학 시절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경력부터 시작해 수원시에서 지역사회 시민단체 활동을 한 경력 등을 짚어가며 반대신문을 시작했다.
변호인단은 2004년 말경 정식 RO 조직원이 된 후 조직의 지시에 의해 2005년 당 지역위원장 선거와 2008년 총선에 출마했다는 이 씨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권유하면서 구체적으로 ‘조직의 지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권유하는 것과 지시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명시적으로 ‘지시’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RO’(아르오)라고 발음하지 않고 ‘로’라고 부르자 이 씨는 “RO라고 명확하게 읽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하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변호인단이 “증인이 말하는 RO는 민족해방(NL) 계열의 운동가 활동가들의 일정한 모임체를 지칭하는 것이지 특정 조직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묻자 이 씨는 “조직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 질문을 하시리라 생각하는데 결단코 아니다”라며 RO가 실체가 있는 조직임을 강조했다. 이 씨는 또 2004년 RO 가입식을 가질 때 RO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씨가 국정원에 RO 조직에 대해 제보하게 된 경위가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시절 동료들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이 씨는 변호인단의 논리에 대해 “일부 안 좋은 감정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었다”며 “자발적 의사에 의해 RO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제보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공판의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과 동영상 파일을 이 씨에게 들려주며 직접 녹취한 파일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일부 녹취파일의 원본이 삭제돼 증거 능력이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이날 이 씨는 녹취파일을 들은 뒤 “내가 녹음한 파일이 맞다”며 “녹음 내용에 등장하는 인물을 만나서 특정 발언을 유도한 적도 없고, 발언 내용을 유도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국정원 수사관 문모 씨로부터 법원으로부터 통신제한 허가조치(감청 영장)를 받아 허가된 감청이니 떳떳하게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녹음 직후 혹은 며칠 뒤 국정원 직원과 원본 대조 확인을 위한 절차를 거쳐 매번 서명을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를 비롯한 추가 서류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에 대한 추가 변호인 신문은 25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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