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북 지역 일부 신부들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 미사'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총리-당 대표까지 나서 한 개인에게 총공격을 가하고 있다. 왜 이리 과민할까요?"라고 물은 후 "그것은 저들 스스로 이 문제가 정권의 정당성과 직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겁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다니까요"라고 해석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흘 전 박창신 원로신부가 미사 강론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지금 국내외엔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며 "나와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에서 박 신부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의원회의에서 "박 신부의 강론은 대한민국의 국토 수호라는 국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북한이 최근 반정부 대남 투쟁 지령을 내린 후대선 불복이 활성화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의 연계의혹을 제기했다.
진 교수는 정부·여당의 이 같은 초강경 반응 배경을 나름대로 해석한 것. 그러면서 "정의구현사제단은 노무현 대통령 때도 '정권퇴진'을 외친 적 있다. 이번 '퇴진' 구호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며 "대통령을 향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여권의 '과민반응'을 꼬집었다.
진 교수는 "박 신부의 발언에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그냥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 된다"면서 "관료도, 의원도, 장관도, 총리도 아닌 한 자연인의 발언에 대해 정부-여당이 모두 들고 일어나 마치 내전을 선포하는 듯한 호전적 어법을 구사하는 건 뭔지…"라며 여권의 반응을 지적했다.
이어 진 교수는 "이번에도 또 동일한 패턴이 드러난다. 카드 돌려막듯이 상황이 불리해지면 공안 카드 들이대 빠져나가는 거. 즉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희석하기 위해 박 신부 사건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황을 반북과 종북의 프레임 속에 몰아넣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 교수는 "1년 내내 공안정국"이라며 "결국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게 굳이 그렇게 접근해야 할 문제냐"고 반문하며 "정작 야당과 문재인 전 후보는 '대선불복 선언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국정원 사태와, 그 사건을 은폐나 무마하려 드는 정부·여당의 처리를 비판하는 가운데, 슬로건으로 '하야'니 '퇴진'이니 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때도 쇠고기 문제로 'MB 아웃' 외치지 않았나. 이건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걸 박정희식으로 깔아뭉개는 거다. 이건 기본적으로 정치철학의 문제로 보인다. 유신시절 정치를 배운 대통령이나 유신헌법 만든 김기춘…"이라는 글로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정치 철학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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