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기재위-정보위 그냥 통과… 野 “대충심사, 정부만 쾌재 부를것”
예산안 직권상정-자동상정 못해… 여야 속도 못내면 첫 준예산 사태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26일부터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는 압축심사로 다음 달 16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결국 해를 넘기고 헌정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는 2003년 이후 한 차례도 예산안을 헌법상 의결기한(12월 2일) 안에 처리한 적이 없다. 12월 31일 ‘파국’ 직전에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늑장 처리’가 관행처럼 돼 있다. 그럼에도 올해만 유독 한국판 ‘셧다운’(정부의 부분 업무 정지)이라고 할 수 있는 준예산 편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직권상정·자동상정 제어 장치 없는 유일한 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준예산만큼은 막아보자는 모든 의원의 의지가 결실을 볼 수 있게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전날(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정사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있어본 적 없는 준예산 사태가 오지 않나 걱정하는 분이 늘고 있다”며 “이는 여야 정치권의 공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을 여당의 ‘엄살’로 치부하기엔 국회 상황이 예년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예산안 심사 착수가 예년에 비해 워낙 늦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정쟁이 치열해져 국회 일정이 계속 미뤄진 탓이다.
예산안 심사를 위해선 3주∼1개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여야 합의가 매우 순조로울 때 얘기다. 지난해엔 예산심사가 2개월 이상 이어져 해를 넘겨 올해 1월 1일 새벽에야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래서 다음 달 16일까지 20일 만에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의원의 생각이다. 여기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을 둘러싼 정쟁의 불씨가 예산심사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는 예산안의 직권상정이나 자동상정이 가능하지도 않다. 지난해를 포함해 과거엔 예산안 힘겨루기가 막판까지 이어질 경우 여당은 직권상정 카드를 내밀며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원천 봉쇄됐다. 그 대신 여야는 완충 장치로 예산안 심사가 헌법상 의결기한 48시간 이전(11월 30일)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도록 했다. 하지만 자동상정 제도는 예산안의 조기 제출에 부담을 느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내년으로 시행이 연기됐다.
결국 올해는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여당이 자력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유일한 해가 됐다. 여야가 준예산 편성이라는 ‘파국’을 앞두고 치킨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결산도 졸속… 상임위 심사 없이 예결위 회부
28일 결산안 처리를 앞두고 시간에 쫓긴 법사위 기획재정위 정보위는 상임위 심사도 건너뛴 채 결산안을 예결위로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상임위의 예비심사 없이 결산안이 예결위에 회부된 사례는 2003년 17대 국회 교육위와 2009년 18대 국토해양위 이후 4년 만이다. 통상 결산안은 해당 상임위의 예비심사 과정에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해당 부처의 예산과 사업집행 상황을 분석한 후 △시정 △주의 △제도 개선 같은 의견을 제출해 예결위로 넘긴다. 이 같은 의견은 내년도 예산안 집행과 편성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야당이 기재부에 배정된 국가정보원의 예비비 사용 명세 공개를 주장하고 정부와 여당이 이를 반대하는 바람에 지난해 3번 개최됐던 기재위의 결산소위는 올해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예결위 관계자는 “상임위의 결산 예비심사 결과는 정부도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라며 “(예비심사 생략으로) 정부는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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