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국가정보원개혁특위 구성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정원 개혁 방안을 놓고 여야의 해석이 엇갈려 특위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 통제를 놓고 여야의 견해가 다르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4일 “국내정보관(IO·Information Officer)이라는 명칭으로 관공서, 언론사, 기업 등을 드나들며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는 국정원 직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IO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발언과 보도자료를 통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인) RO 사건 수사에서 보듯 일부 종북세력이 주요 부처의 국가 기밀을 조직적으로 수집하는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을 간과한 근시안적 조치”라며 안보 약화를 우려했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기존의 국정원 예산총액뿐만 아니라 세목별 예산을 다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예산총액을 더 꼼꼼히 따진다는 뜻이라고 본다. 서 의원은 “국가정보기관이 공작·정보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정보 역량 및 수단 보호가 필요하며, 정보예산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민주당의 해석에 반대했다. 세부적 예산이 공개되면 국정원의 조직, 인력, 정보활동 방식 등 정보 역량과 수단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설 상임위원회로 바꾸는 문제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정보위를 해외 선진국 수준의 독립적 상임위로 해서 정보위원들의 비밀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치권 내 일부 종북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안보기관이 국회, 특히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못하는 불상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원, 군 등의 사이버심리전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도 거세지는 북한의 사이버심리전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심리전과 정치 관여 행위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도 의문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부당한 정치 관여 행위를 하급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역시 정치 관여 행위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에선 “하급 직원이 상관의 명령을 무분별하게 거부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신분 보장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에서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보장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첩보활동 내용을 폭로해 해외에서는 ‘세계적 내부고발자’로 영웅시됐지만 미국에서는 간첩죄 등으로 기소됐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안사항을 폭로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사람도 내부고발자로 보호받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개혁특위는 여야 7명씩 14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맡는다. 여야가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 처리는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민주당 위원장이 야당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고 보면 대공수사권 폐지처럼 국정원과 안보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개혁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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