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현 의원)가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양보해 안 의원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5일 언론에 미리 배포(7일 출간)한 18대 대선 평가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사진)에서 지난해 11월 23일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뒤 “우리 측은 마지막으로 남은 후보 담판에서 더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안 후보 측 안을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썼다. “우리는 협상 마감시한을 24일 정오로 생각했던 반면, 안 후보 측에서는 23일까지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안 후보의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 의원은 “양보를 하더라도 막판에 가서 해야 대승적 양보와 극적인 타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그게 과욕이 됐다. 대선에서 가장 후회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안 후보에게 나누거나 안 후보의 공로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안 후보가 대선 당일 출국한 데 대해서도 “안 의원이 사전에 저에게 연락해줬고 필요한 경우의 연락 채널도 알려줬다”며 “제가 승리할 경우 공동정부나 연정 구성 같은 민감한 논란의 중심에 직접 서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종북’ 프레임의 성공이 박근혜 후보의 결정적인 승인이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종북 프레임으로) 새로운 게 없으니 나온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었다며 NLL 포기 발언 논란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남겨 놓은 국가비밀기록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새누리당이 불법 유출해서 대선에 악용한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비열한 (종북) 프레임에 속수무책일 정도로 무력했던 요인이 우리 내부에도 있었다”며 “국가,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고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점들이 종북 프레임에 취약한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문 의원은 특히 천안함 폭침 사건을 ‘천안함 침몰’이라고 표현했다. 대선 때 문 의원은 ‘천안함 폭침’이라고 말하지 않다가 새누리당 측에서 “폭침을 침몰이라고 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공격하자 11월 28일 대전역 유세에서 처음 폭침이라고 했고,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천안함 폭침’이라고 했다. 문 의원 측은 “(침몰이라는 표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쓴 것 같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대선 당시 국회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은 것이 “대선 패배의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4월 총선 후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 등의 요구로 이해찬 대표가 사퇴하며 당이 흔들린 것은 대선 패인의 하나로 봤다.
대선 때 언론 환경이 자신에게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한 문 의원은 “대선 후 지방을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종편(종합편성채널) 때문에 졌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생각하면 대선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엄연한 실체를 모른 체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종편 방송의 편파성과 선정적 저질 보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이 당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우리 안의 근본주의에서 대선 패인의 해답을 찾고 싶다. 선을 긋고 편을 가르는 순결주의 같은 것이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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