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에 이어 양승조 최고위원(사진)이 9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암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 靑, “암살을 선동하는 위험한 발언”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작심한 듯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국가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민주당 최고 당직자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밝힌 건 개인적인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외부 일정도 많은데 흥분해 있는 극소수로 하여금 암살을 선동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는 재판 중인 사안이니 결과를 기다리자고 했고 국회에서 특위도 구성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통령과 나라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방식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국가정보원 개혁과 관련해 “지금 국정원 법은 당시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자신들이 최상이라고 만들어놓은 개혁안”이라며 “지금 북한이 무슨 태도 변화가 있어서 국정원 법안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해야 할 개혁을 그때 왜 안 했는지 먼저 국민들 앞에 해명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박 대통령이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격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국민이 준 의무는 국민의 안위를 지키고 외부로부터 나라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핵개발을 고도화하고 여러 형태의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추종하면서 우리나라 영토 안에서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는 세력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라고 비난했다.
○ 오리무중 된 연말 국회
공교롭게도 이날은 여야가 힘겹게 합의한 국정원 개혁특위가 본격 가동된 첫날이었다. 그러나 양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의 갈등에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연말 국회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와 규탄대회 및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민주당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한길 대표의 사과 △두 의원에 대한 출당 등 징계 △대선 불복에 대한 문재인 의원의 입장 발표 등 3가지를 요구했다. 또 1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두 의원의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발끈했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김 대표의 사과나 두 의원에 대한 징계는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장 의원이 성명은 개인 의견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원내 부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충분한 해명과 조치가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명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징계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발언의 당사자인 양 최고위원은 성명을 내고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석이 ‘대통령 암살 가능성’을 운운했는데 이는 지나치고 과한 상상력의 표현”이라며 “왜곡과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왜곡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해명은 가능하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장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출당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확률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21명도 성명을 내고 “개인 입장이라고 했는데도 의원직 제명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요구를 물타기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호들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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