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장성택은 대북 경제협력의 연결고리 이상이다. 장성택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기대해 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된 이후 북-중 관계에 대한 우려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11개 시도마다 1개씩 추진한다고 발표한 경제특구는 물론이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개혁개방의 작은 물줄기도 순식간에 말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숙청은 우선 북한의 대외 무역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 3일 장성택 실각설이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북한의 최대 수출입 통로인 단둥(丹東)∼신의주 간 화물 운송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단둥 소식통은 10일 밝혔다. 이날 베이징을 오간 고려항공편에는 승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장성택 라인은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무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대부분을 맡았다. 한 예로 북한 수출 품목 중 1, 2위는 무연탄과 철광석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북한의 수출품 가운데 무연탄과 철광석이 수출액 기준 전체의 약 58.6%다. 장성택 숙청의 죄목 중에는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 버리는 매국 행위’가 포함됐다. 실제로 무연탄과 철광석은 지난해 하반기 이래 국제시장 가격이 약세임에도 대중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t당 단가는 전년에 비해 내렸다. 이 죄목은 북한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장성택에게 덮어씌우는 다분히 정치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무역 일꾼들에게 주는 경고 효과는 상당하다.
미약하나마 계속 이어지던 북-중 경협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방중한 장성택에게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은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특구를 거론했다. 당시 장성택은 지난해 북-중이 공동 개발하기로 한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공동 개발 및 공동 관리를 위한 조중(북-중)공동지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다. 이 두 특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지만 북-중 경협을 상징해 왔고 중국이 기대하는 장성택발 북한 경제 개혁개방의 시금석이었다.
북한이 활발히 추진해 오던 외자 유치 활동도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외자 유치 창구인 합영투자위원회(합영위)는 오랫동안 장성택이 실질적으로 관할해 왔다. 올가을 합영위는 국가경제개발위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장성택의 손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구성원과 조직에는 여전히 장성택 라인이 포진해 있는 만큼 몸을 극도로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성택 숙청이 북-중 관계 악화의 소지가 될 수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중국이 숙청 사태를 사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양국 사이가 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북-중 관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렉산더 만수로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은 “올해 5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특사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며 “이때 이미 ‘중국통 장성택’의 실추된 위상을 중국에 보여 줬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北京)의 주중 북한대사관 건물에 조기(弔旗)가 걸려 있는 것이 10일 확인됐다. 김정일 사망일(17일)을 앞두고 북한의 애도 기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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