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중 99일 허송… “최악 국회”
대선불복-막말로 파행 거듭하다 취득세율 인하 등 34개 법안 처리
與, 양승조-장하나 제명안 제출
‘대선 연장전’ 프레임에 빠져 회기의 절반 이상을 파행시킨 2013년 정기국회가 마지막 날 벼락치기로 법률안을 처리하고 10일 폐회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번에도 약속한 ‘밥값’을 못 했지만 각자 이 기간 세비 4524만 원은 모두 챙겨갔다. 여야는 1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다른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주택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등 34개 법안을 처리했다. 회기 100일 중 이날 처음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6320건의 법안 중 고작 0.5%만 처리해 ‘사상 최악의 정기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 민주당 양승조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며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방식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오후 2시 본회의 개회 직전 극적으로 불씨를 살렸다. 다만 새누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대선 불복 발언을 한 장하나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을 이날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할 일을 제쳐 두고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내며 국민을 불안하고 짜증나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 프레임에 빠져 대안정당임을 증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 새누리당도 강경 일변도로 맞서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를 파행 위기로 몰았던 양승조 장하나 의원은 자신들의 문제 발언에 대해 아무 사과도 하지 않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9대 국회가 정파적 이해에 사로잡혀 ‘증오의 정치’에 빠지는 바람에 국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의원 개개인이 소신을 펼 수 없는 현재의 뒤틀린 의정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정치 파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기국회 때 밥값을 못한 여야는 이날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시작했다.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연말까지 주어진 20일의 기간에 357조 원에 이르는 예산안을 허둥지둥 심의해야 하는 것이다. 한 예산전문가는 “한 해 예산은 한 달 이상 충분히 심의해야 문제를 찾아내고 보완할 수 있는데 공부 못하는 학생이 벼락치기 하듯 다뤄서야 제대로 심의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지방세법 처리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8월 28일 이후 집을 산 사람들은 취득세를 덜 내게 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은 현행 2%에서 1%로, 9억 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각각 줄어든다.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주택은 현행대로 2%를 낸다. 이에 따른 지방세 부족분 7000여억 원은 내년 예산에서 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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