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체포 나흘만에 특별군사재판뒤 곧바로 사형 집행
전문가 “경제 붕괴위기 - 反김정은 세력 존재 노출”
‘북한 경제의 완전한 실패, 붕괴 직전에 이른 정권, 그 허점을 노린 2인자의 정변(政變) 시도….’
북한 전문가들이 예상하거나 추론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다. 북한 스스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정은 체제 2년의 민낯이다. 그것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장성택의 즉결 처형 소식 ‘판결 보도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북한이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고,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밝혔다. 이 통신은 “장성택의 일체 범행은 심리과정에(서) 100% 입증되고 피소자에 의해 전적으로 시인됐다”며 “판결은 즉시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장성택이 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과 출당, 제명 처분을 받은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가전복음모’를 비롯한 장성택의 죄목을 낱낱이 적은 장문의 판결 내용을 공개했다. 처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된 이 판결 보도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권에 불만을 품은 반(反)김정은 세력의 존재와 취약한 경제 실상 등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김정은 집권 후 2년간 북한 내부에서 어떤 문제들이 곪아왔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판결 보도문에 따르면 장성택의 핵심 죄목은 국가 전복, 즉 내란음모죄다. 판결 보도문은 장성택이 재판에서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 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고 자백했다고 적시했다. 그가 “앞으로 인민들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고 시인했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또 장성택은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평양의 외관은 화려해지고 있지만 경제 실상은 붕괴가 머지않은 수준까지 악화돼 왔음을 시사하는 내용들이다.
판결 보도문은 또 “놈(장성택)은 김정은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모시는 결정이 선포돼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 번질 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고 적시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바로 옆에서 ‘제왕 만들기 프로젝트’를 총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2인자’가 실상은 김정은 3대 세습에 반대했고, 후계작업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이미 딴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의미다.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할 목적에 맞게 판결문을 만들어놓은 것이겠지만 그 내용에 북한 내부의 실상이 어느 정도는 반영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한 내부에 김정은 반대세력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라며 “판결 보도문은 ‘불안한 정권’ 김정은 체제의 2년 백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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