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는 주석단이 어떤 인물들로 채워지느냐가 관심사였다. 주석단의 좌석 배치가 북한의 권력 순위를 대변하는 만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12일) 이후 북한 수뇌부의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석단에는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김정은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던 인물이 대거 참석했다. 또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 현재까지는 숙청의 칼날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 최룡해 등 ‘신(新)군부 실세 3인방’ 부각
이날 조선중앙TV가 생중계한 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의 양옆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자리했다. 김영남이 대외적으로 국가수반 역할을 하는 형식적인 지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룡해가 장성택 숙청 이후 확실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부 핵심 인사들도 지난해 1주기 추모대회와 비교해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 지난해에는 최룡해 다음으로 장성택이 앉았고 당시 군 총참모장이었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인 김격식 순이었다. 반면 이날 행사에는 이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최룡해 바로 옆에 자리했다. 이영길은 올해 초 총참모부 작전국장에 임명된 뒤 8월에는 군 참모장에 올랐다. 강원도 전방부대 5군단 사령관 출신으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소장파로 분류된다. 그는 5월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할 당시 동행해 군부 실세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장정남도 올해 들어 급부상한 인물이다. 2011년 11월 중장에 오른 뒤 2년 만에 두 계급 높은 대장으로 고속 승진할 정도로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정남의 나이가 50대라는 점에서 군부의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장성택의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의 핵심 인물들도 주석단에 등장했다. 김원홍 보위부장은 김정은의 오른쪽 여덟 번째로, 조연준 제1부부장은 14번째로 자리했다. 둘 다 지난해에도 주석단에 앉았지만 올해에는 이들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분간 김정은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인사 개편이 이뤄질 것이며 간부들의 인사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와 수사를 담당하는 보위부의 권한이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 마원춘 재정경리부 부부장 등은 주석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최근 김정은이 시찰을 다닐 때마다 그림자 수행을 해 실세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부부장급이다 보니 주석단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이 젊은 실무자들을 중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 장성택 측근들도 모습 드러내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돼 거취가 불분명했던 인물들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국내 언론에 망명설이 보도됐던 노두철 내각 부총리를 포함해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이 모두 주석단에 앉았다. 이들은 17일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주석단에도 등장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내년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8차 회의’ 전까지 이들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이 추가로 숙청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주석단에 앉은 인물들은 추모사와 결의 연설이 멈출 때마다 온 힘을 다해 박수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당국은 장성택의 사형판결문에서 그가 건성건성 박수를 치는 등 오만불손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장성택 처형을 지켜본 간부들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박수를 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바로 옆에 앉은 최룡해는 2인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두 손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려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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