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상설 사무조직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유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동북아
상황 변화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뒤집어보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한 기존 조직의 능동성과 효율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뜻도 된다. 본보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첫해 대북정책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대북정책의
컨트롤타워 문제와 지난 1년의 남북관계 주요 국면을 짚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업그레이드 방안도 제안한다. 》
박근혜 정부는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위기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 결과물이 국가안보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NSC 상설 사무조직의 신설에 앞서 기존 컨트롤타워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점검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1년간의 대북정책 컨트롤타워부터 점검해야
4월 1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한의 대화 운운은 우리에 대한 모독’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같은 달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나온 개성공단 논의를 위한 대화 제의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화 거부는 아니다”라고 평가했으나 6시간 만에 청와대가 “거부가 맞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발표했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북한의 대화 거부는 유감”이라며 직접 성명까지 내놨다. 남북관계 전문가들 중에서는 이 혼란스러운 장면을 ‘대북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不在)’로 느낀 경우가 많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돼 있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현재 남북 대치 같은 돌발 상황은 국가안보실이, 한미 정상회담 같은 평상 업무는 외교안보수석실이 담당하는 ‘병립형 이원체제’ 형태다. 이는 ‘벤치마킹 모델’인 미국 백악관 NSC와 차이가 크고 장관급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두었던 노무현 정부 때와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외교안보수석실은 안보정책실장 휘하에 있었으나 지금 외교안보수석실(통일·외교·국방비서관 포함)은 대통령비서실에 소속돼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외교안보수석이 국가안보실 차장을 겸임토록 했지만 ‘화학적 결합’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솔직한 자체 평가다.
현재의 국가안보실 체제는 사안이 터지면 수세적으로 대처하느라,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정부 전체의 역량을 동원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실상 ‘무퇴근’으로 일하는 김장수 실장의 스타일도 개인적 덕목은 될지언정 전략적인 업무태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정부 일각에서 끊이지 않는다.
○ 장기 비전 보여주는 전략기구 필요
장성택 실각설이 제기된 직후 국가정보원, 국방부, 통일부 수장의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린 점도 국민 눈에는 불안요소로 비쳤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의 육사 2기 선배인 남재준 국정원장으로 구심력이 작용하는 것이냐 △외교안보부처 간 협업이 잘되고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 안보라인 핵심을 맡았던 한 전문가는 “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강화의 방향은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전략’을 전담하는 비서관이나 부서를 신설하는 쪽으로 조직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였던 한 인사는 “근본적으로는 통일부-외교부-국방부와 일대일로 연결되는 통일-외교-국방비서관 체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서관과 인력이 모두 해당 부처 출신인 경우가 많아 ‘청와대 파견 연락관’ 구실에 그쳐 입체적 조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백악관 NSC는 지역이나 기능별로 비서관실을 나눠 편제함으로써 이런 한계를 극복해왔다. 유명무실해진 각 부처 차관보급 이하 당국자들이 모이는 정세평가회의나 실무조정회의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도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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